호남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18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암리의 정부양곡보관창고가 눈의 무게를 못이기고 붕괴돼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연합
철골구조 양곡보관창고 눈으로 붕괴
"눈의 위력이 이렇게 무서운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18일 오전 눈으로 붕괴된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암리 정부양곡보관창고. 이 창고는 전날 오후 5시께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와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폭삭' 무너져 내렸다. 600여평에 달하는 양곡 보관창고는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지붕 한가운데가 주저 앉았고 창고 주변에는 벽돌이 파편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창고를 지탱하던 철제 H빔도 엿가락처럼 휘었고 건물 외벽은 붕괴로 인한 충격으로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단열을 위해 벽돌을 두겹으로 튼튼하게 쌓았지만 가공할 눈의 '위력'에는 무기력했다. 그나마 천장까지 쌓아둔 수입 현미와 맥주보리 7만여 가마가 건물 반쪽을 지탱하고는 있지만 언제 또 무너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철골 슬레이트 구조로 지어진 이 창고는 태풍에도 끄떡 없었지만 2주일째 쌓인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실제 전날 내린 적설량은 5cm 미만이었지만 지난 4일부터 내린 눈이 그대로 쌓이면서 지붕에는 20cm 가량의 '눈이불'이 만들어져 가공할 위력으로 지붕을 누른 것으로 보인다. 붕괴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온 창고 관리인 최모(57)씨는 "뉴스에서 '양곡창고가 무너졌다'는 얘기를 듣고 설마 했는데 튼튼한 건물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며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복구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형민우 기자 minu21@yna.co.kr (나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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