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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눈 폭탄 맞은 장성…아연실색”

등록 2005-12-22 17:32수정 2005-12-22 17:32

내수면시험장.볼링장 폭삭, 읍내 기능 마비
"60평생 이런 눈은 처음입니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하루 사이에 50여㎝에 달하는 폭설이 내린 전남 장성군 장성읍내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읍내를 관통하는 도로는 쌓인 눈으로 완전히 마비됐고 도로 옆으로 치워 올린 눈이 상점을 곧 덮을 지경이었다. 전날 상당수 주민들이 차량을 도로가에 세워놓고 귀가하는 바람에 도로 곳곳은 주차장을 연상케 했다.

주민들은 22일 오전 잠시 눈이 그치자 지붕에 올라가 쓰러진 눈을 쓰러내리고 공무원들은 굴삭기까지 동원해 제설 작업을 벌였지만 무릅을 훨씬 넘는 눈을 치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중에서도 전남도 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산하 내수면시험장은 말 그대로 `눈폭탄'을 맞은 모습이었다.

226평 규모의 시험 연구동 지붕이 전날 오후 4시께 폭삭 주저 앉아 버린 것이다.

시험연구동은 철갑상어 27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뱀장어 시험양식과 연어 치어를 생산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양쪽 벽이 기울기 시작하더니 1시간여가 지난 뒤에 `우지끈' 소리를 내며 지붕 한 가운데가 폭삭 주저앉아 버렸다고 직원 김희중(37)씨는 어제의 긴장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씨는 "철제 건물이 무너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데다 모두 비닐하우스 제설 작업에만 매달려 있어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건물이 무너지자 누전으로 인한 화재를 우려해 즉시 전원을 차단했고 이어 철갑상어를 살리기 위한 `작전'이 벌어졌다.

산소공급이 중단된 철갑상어 수조 물을 20㎝로 낮춰 응급조치를 취한 뒤 이들 철갑상어를 지하수 물이 있는 순환여과기 사육동으로 옮겨 안전하게 보호조치를 취했다.

내수면시험장에서는 이밖에도 비닐하우스 2동이 무너지면서 20여일만 있으면 부 화할 예정이던 연어알 5만개가 순식간에 피해를 입었다.

내수면시험장은 이번 눈으로 시설피해만 6억여원이 발생했지만 연어알을 비롯한 기타 피해액도 수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연어알 피해로 전체 22만마리를 부화시킬 계획에 차질이 생겨 내년에 열릴 예정인 섬진강 연어 방류 행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런가 하면 이날 오후 2시께 장성읍 영천리 장성볼링장 2층 건물의 지붕이 전날 내린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300여평 규모의 지붕이 완파돼 건물 안에 있던 볼링장 직원 등 3명이 30여분간 무너진 골재와 철골 사이에 갇혀 있다 출동한 119 구조대와 주민들에 의해 구조됐다.

이들은 40년된 볼링장 건물의 함석 슬레이트 지붕이 전날 내린 눈으로 불안하다고 판단, 집기를 들어내다가 변을 당했다.

경상을 입은 하병호(48)씨는 "전날 내린 눈이 40cm가 넘게 지붕에 쌓여있었는데 우지끈거리는 소리가 크게 나더니 건물 지붕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장성 황룡면 월평리 정문갑(48)씨도 1천평 규모의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가 간밤 내린 눈에 폭삭 주저 앉자 망연자실했다.

내린 눈을 녹이기 위해 밤새 온풍기를 틀어놓아지만 한꺼번에 퍼붓는 눈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지름 40mm 철제 파이프는 휘어지다 못해 모두 끊어져 버렸다.

지난 4일 첫 눈 폭설때 비닐하우스 가운데 부분이 약간 내려 앉아 복구를 준비중이던 정씨는 "설마 또다시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릴 줄 몰랐다"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 얼떨떨해 했다. 정씨는 다른 하우스도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거의 `눈 공포'에 질려 있었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 (장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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