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근 출현… 신기하네… 그런데 어떻게?
멸종위기종 가운데 서울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종이 있다. 대도시 속의 법적 보호종은 의외라서 서울에서 이 나비를 본 사람들은 매우 신기해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흔하면 멸종위기종이 아니지 않나!”라고 한 마디씩 한다. 이 나비가 바로 쌍꼬리부전나비다. 그러면 이 나비는 왜 법적 보호종이 되었고, 과연 그만한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 나비는 모습이 우선 특이하다. 날개를 곧추 세우고 앉아 있을 때는, 뒷 날개에 주황색을 띤 뒷가두리로부터 2개의 꼬리돌기가 길게 나와 있다. 이 꼬리돌기를 움직거리면 마치 머리에 난 더듬이처럼 보여 이 나비의 천적들은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 종의 생활사 또한 매우 특별나다. 애벌레들은 개미와 공생을 하면서 개미가 토해 준 먹이를 먹고 자란다. 게다가 이 나비의 분포 역시 특징이 있다. 이들의 친척은 모두 열대성인데 이 종만 서울 인근의 경기와 강원지방에서 주로 분포가 확인됐다. 일본에서는 혼슈 지방에 국부적으로 분포하고, 나머지 집단은 웬일인지 중국 서부에 뚝 떨어져 분포한다.
쌍꼬리부전나비가 보호종이 된 것은 일본에서부터다. 1934년 돗토리시는 특이한 습성을 가진 이 나비를 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이 시초다. 현재는 일본의 준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것에는 개미와 공생하는 독특한 생태가 우선 반영됐다. 이들의 서식밀도가 낮아졌다는 경험적 판단과 일본의 자료를 토대로 볼 때 가까운 미래에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쌍꼬리부전나비 애벌레의 생태는 아직 국내에서는 연구된 것이 없다. 일본의 자료를 보면 일부가 고사될 정도가 된 벚나무나 소나무 속의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가 사는 곳에 이 나비의 애벌레가 산다. 어미 나비가 고목의 갈라진 틈새에 알을 낳아 놓으면, 깨어난 애벌레는 주변의 개미들한테서 먹이를 공급받는다. 개미가 더듬이로 애벌레를 두들기면, 애벌레는 8번 배마디의 돌기를 위로 올려 달콤한 물질을 개미들에게 제공을 한다. 따라서 쌍꼬리부전나비의 삶에는 공생 개미의 존재 여부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어른 나비들은 6월에서 7월 초에 나타난다. 대개 개활지 같은 환경에 살며 개망초 등의 꽃꿀을 즐겨 먹곤 한다. 수컷은 개울가에서 물을 먹기도 한다. 이들이 주로 관찰된 곳은 산간 입구의 절집 주변이나 공동묘지처럼 초지 속에 벚나무가 듬성하고 배후에 큰 소나무군락 등이 있는 곳이었다.
쌍꼬리부전나비가 좋아하는 환경은 전국적으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공동묘지들은 줄고 현대식 묘역이 늘었으며, 절 주변의 숲은 과거에 비해 매우 우거졌다. 그나마 그린벨트 등으로 묶여 도시 주변에 방치되었던 곳들은 시민체육시설이나 택지개발로 인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제는 왜 이들이 도시 근처에 남아 있었는지, 그리고 왜 보호종이 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으리라. 앞으로는 이제까지 전무했던 애벌레와 개미와의 관계 연구가 이 종의 보호를 위한 열쇠다. 이제부터는 주변의 집단묘지에서 나무들의 틈새를 관찰해서 쌍꼬리부전나비 애벌레와 개미를 찾아 보고, “나도 한 번 이들의 생태를 알아봐야지”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선진국에는 전문가 못지 않게 이런 아마추어들이 많다. 생명을 연구하고 보호하는 일이 꼭 전문가의 몫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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