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지진을 분석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4월 하순부터 한달여 동안 일흔 다섯 번이나 잇따라 발생한 전남 해남지역의 지진들을 대규모 지진의 전조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기상청은 “지난달 26일부터 현재까지 75차례 연속 발생한 해남지역 지진의 발생 원인과 전망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1일 5명의 지진전문가들이 모여 회의를 한 결과 이번 지진들이 큰 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문가 회의에는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김성룡 지질환경과학과 충남대 교수, 이준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해남지역에서는 지난 4월26일 이후 지금까지 모두 75회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주로 지난달 9일까지 보름여 동안 집중됐다. 가장 최근 발생한 지진은 지난달 23일 규모 1.4 지진이었다.
이들 지진은 처음에는 지름 1.2㎞ 안에 분포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정밀분석한 결과 500여m의 작은 범위에서 집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깊이 20㎞ 부근에서 동남동-서북서 방향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26일부터 한달여 동안 발생한 전남 해남 지진들은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에 동남동-서북서 방향으로 약 500m 범위에서 집중 발생했다. 기상청 제공
전문가들은 이들 데이터를 근거로 이번 지진의 발생 동인이 동남동-서북서 또는 북북동-남남서 방향의 주향이동 단층운동으로, 한반도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의 특성과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의 일반 지진이 깊이 5∼15㎞ 부근에 발생하는 반면 해남 지진은 깊이 20㎞의 다소 깊은 곳에서 발생했으나, 이는 주변 지역의 지각 두께 변화나 주변과 다른 온도조건, 구성물질 등의 요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해남지역 발생 지진에 대한 현재까지의 관측 및 분석 결과로 볼 때 대규모 지진의 전조로 보기에 성급한 판단”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전문가들은 우선 지진 발생 위치가 좁은 범위에 분포해 단층의 크기 자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2013년 보령해역, 2019년 백령도 주변에서 이번 지진과 유사한 연속 발생 지진 사례가 있었지만 해당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사실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해준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기상청은 “하지만 이번 해남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하부단층구조 파악 연구와 함께 단기간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진 체계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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