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분수대 옆으로 양산을 쓴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9일 낮 최고기온이 평균 33.5도까지 치솟고 강원 강릉에서는 올 들어 첫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올 여름 본격 더위가 시작됐다. 제주와 남부 일부를 제외한 내륙지역의 폭염은 주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9일 “지난 밤 사이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지형적 영향을 받는 강원 동해안에는 8일 낮 동안 오른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못해 올 들어 열대야가 처음 나타났다”며 “한낮에는 맑은 날씨에 일사까지 더해져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의 경우 강북은 폭염경보 수준인 35도까지 기온이 올라갔으며, 마포·양천·동대문도 한낮 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았다. 서울 29개 지점 평균은 33.5도였다. 또 폭염 경보가 내려진 경북 경산(하양 자동기상관측기)에서는 전국 최고인 37.0도가 기록됐다.
이날 강릉에서는 아침 최저기온이 25.7도, 양양은 26.3도였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경우를 말한다. 강릉에서는 지난해에는 올해보다 15일 빠른 5월24일에 열대야가 나타났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서해상에 이동성 고기압이 위치하면서 대륙에서 달궈진 공기가 한반도로 들어온 데다 맑은 날씨에 강한 일사까지 더해져 낮기온이 높아졌다”며 “건조한 고기압 영향이 지속되는 주말까지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위는 지난 주말부터 시작돼 서울의 경우 6∼9일 일 최고기온 평균이 31.2도로 평년(26.7도)보다 4.5도가 높았다. 기상청 중기예보(10일)를 보면 33도 안팎의 더운 날이 주말까지 이어지다 비가 오면서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남부지방과 제주에 10일 오후 3시께부터 11일 밤 9시 사이에 비가 올 전망이라고 밝혔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 10~40㎜, 전남 5∼10㎜이다.
기상청은 여름철 전망에서 올해 폭염일수는 20∼25일로 평년보다 2배 가까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또 미국 해양대기청(노아)은 지난 3월 ‘세계 연평균기온 순위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해가 될 확률이 75%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더위로 올 여름 폭염의 수준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한반도 여름 폭염에 영향을 주는 티베트고기압은 고원에 눈이 덮여 있어 아직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고, 태평양고기압은 6월 들어 발달하기는 했지만 일본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며 “다만 서쪽 5㎞ 상공에 기압능이 지나면서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로 밀려들어와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6월말∼7월초께라야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발달 상태를 보고 올 여름 폭염의 강도를 예측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노아의 보고서는 올해 전기간 세계의 평균기온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 것으로, 이것만 가지고는 여름철에 폭염이 심할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는 2016년에 이어 역대 2위로 더운해였지만 여름에 2018년 같은 역대급 폭염이 닥치지는 않았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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