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진로 알 수 없어
태풍 소멸 뒤 진로 표시 타국과 비교돼
태풍센터 “현재 시스템 구축중 내년 선봬”
태풍 소멸 뒤 진로 표시 타국과 비교돼
태풍센터 “현재 시스템 구축중 내년 선봬”
지난 2014년 9월23일 제16호 태풍 ‘풍웡’은 대만과 중국 대륙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태풍 통보문’에서 풍웡의 예상 진로를 잘 예측해냈다. 하지만 태풍이 중국 내륙에서 열대저압부로 변한 뒤 다시 우리나라 쪽으로 계속 진행하리라는 것은 ‘통보문’에 표시되지 않았다. 열대저압부는 많은 비를 몰고 와 전남 보성에서 23~24일 이틀 동안 190.5㎜의 강수량이 기록되는 등 남부와 제주를 중심으로 태풍에 버금가는 집중호우 현상이 발생했다. 24일 영주에는 107.5㎜의 비가 와 9월 일 강수량 극값 2위가 기록되기도 했다. 태풍의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17m를 넘으면 태풍, 이보다 작으면 열대저압부(TD)로 구분한다. 태풍이 열대저압부로 전환된 시점에는 이름만 달라졌을 뿐 영향력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당시 일본 기상청이나 홍콩 기상청,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 등은 태풍이 열대저압부로 바뀐 뒤의 경로도 태풍 진로도에 함께 표시해 열대저압부가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덮칠 것을 한눈에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상청의 태풍 진로도에는 태풍이 중국 내륙에서 열대저압부로 소멸하는 순간까지만 표시돼 이후 열대저압부가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 알 수 없게 돼 있어, 다른 나라 진로도와 비교가 됐다.
기상청은 이런 점들을 반영해 2015년 5월 태풍 정보를 태풍 사전 및 사후 단계인 열대저압부까지 영역을 확장해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열대저압부 정보에는 위치, 강도, 이동방향, 이동속도의 현재 분석 및 24시간 예상 경로 등이 6시간 단위로 담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상청은 2018년에도 태풍이 자신과 가장 근접하는 거리와 시간을 알 수 있는 상세정보를 제공하는 등 ‘친절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태풍 통보문에는 여전히 태풍 소멸 뒤 열대저압부의 향방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어 ‘불친절한 부분’이 남아 있다. 기상청은 4일 오전 10시 발표한 제16호 태풍 ‘하구핏’에 대한 ‘태풍 통보문’에서 하구핏이 이날 새벽 중국 해안으로 상륙해 밤 9시께 상하이 서쪽 200㎞ 부근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5일 오후에 산둥반도 부근 해상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풍 진로도에는 상하이 서쪽 200㎞ 부근에서 하구핏이 열대저압부로 변한다는 엑스(X) 표시만 돼 있을 뿐 이후 진로 방향에 대한 정보는 없다. 기상청은 단지 ‘기상 해설’(3일 전망)에서 “6일 제4호 태풍 ‘하구핏’이 약화해 북한을 지나는 열대저압부의 영향을 받겠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반면 일본 기상청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 태풍 진로도에는 6일 오전에 열대저압부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이를 보면 기상청이 우려하는 대로 정체전선과 열대저압부의 이동 경로가 겹치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는 이 문제에 대해 “현재 진로도에 태풍이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이동 경로와 시간, 완전한 소멸 위치까지 표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께 서비스할 예정”이라며 “우선 현재 태풍 정보 하단에 문자로 열대저압부 진로에 대한 설명을 붙여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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