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배출권의 거래 비용을 반영하는 ‘환경급전’이 내년부터 도입돼 2022년 본격 적용된다. 연도별 배출량 목표에 맞춰 석탄발전량을 제한하는 석탄발전량 상한제, 기후·환경 대응 비용을 적기에 반영해 발전사들 사이의 경쟁을 촉진하는 가격입찰제 도입도 추진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력정책심의회에서 확정해 공고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15년 기간 단위로 수립하는 행정계획이다. 이번 계획엔 2020년부터 2034년까지의 전력 수급 전망과 수요 관리, 전력설비 계획, 전력시장 제도 개선 방안, 온실가스 감축 방안 등을 담았다. 산업부는 지난 5월 공개한 초안을 바탕으로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이날 최종 계획을 확정했다. 구체적인 발전 설비 계획은 앞서 발표했던 초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9차 계획은 2030년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2억5200만t에서 23.6% 줄어든 1억9200만t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정부가 곧 유엔에 제출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맞춘 것이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기존 석탄발전소 60기 중 30기를 폐쇄하고, 이 가운데 24기를 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한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을 발전 순서에 반영하는 환경급전 시행안도 포함됐다. 현재 전국의 20MW 이상 중앙급전 발전기의 가동 순서는 연료비에 기준한 경제급전으로 정해진다.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가 전력 수요에 맞춰 연료비가 싼 발전기부터 발전하도록 지시하는 방식이다. 연료비에 배출권 거래 비용까지 포함해 발전 순서를 정하는 환경급전은 내년부터 시행해 2022년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아울러 석탄발전기 연간 발전량을 제한하는 상한제, 가격입찰제도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 단위로 할당되고 보고된다. 때문에 환경급전을 실제 급전 순서에 적용하는 것은 발생한 비용이 파악된 이후인 내후년부터가 될 것”이라며 “석탄발전량 상한제 역시 내년부터 발전공기업부터 시범 적용하고, 관련법 개정을 거쳐 2022년이나 2023년에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급전이 시행되면 한국전력의 전력구입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환경급전에 따른 추가 비용은 배출권 가격에 좌우되기 때문에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발전용 천연가스 공급 제도 변경에 따라 천연가스 발전 비용이 떨어져 상쇄될 수 있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쪽은 8차 계획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환경급전 추가 비용은) 8차 계획 때 제시했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차 계획에서 산업부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10.9%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9차 계획은 2034년까지 목표 발전 설비용량을 125.1GW로 잡았다. 목표 수요인 102.5GW에 설비 예비율 22%를 반영한 결과다. 발전원별 설비 계획을 보면, 석탄은 현재 60기 가운데 30기가 폐지되는 대신 7기가 추가돼, 올해 35.8GW에서 2034년 29.0GW로 6.8GW 줄어들게 된다. 반면 신재생발전 설비는 올해 20.1GW에서 2034년 77.8GW로 57.7GW가 는다. 천연가스도 석탄발전소 대체를 위한 추가 건설 등에 힘입어 올해 41.3GW에서 2034년 59.1GW로 늘어난다. 반면 원자력 발전 설비는 2034년까지 신규 발전소 4기가 준공되지만, 노후발전소 11기가 수명연장 금지 조처로 폐기되면서 23.3GW에서 19.4GW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석탄과 원전 설비 비중은 2020년 각각 28.1%와 18.2%에서 2034년 15.0%와 10.1%로 줄고,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은 15.8%에서 40.3%로 늘어나게 된다. 천연가스 설비는 올해 32.3%에서 2034년 30.6%로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2019년 실적과 2030년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실제 발전량 비중을 보면, 석탄이 40.4%에서 29.9%로 줄어드는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6.5%에서 20.8%로 크게 늘어난다. 원자력은 25.9%에서 25.0%로 비슷하고, 천연가스 발전량 비중은 25.6%에서 23.3%로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부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19년 확정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가 곧 유엔에 제출할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국가결정기여(NDC), 지난 7월 확정된 한국형뉴딜종합계획까지는 고려됐으나 최근 발표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반영되지 않았다.
산업부는 “2050 탄소중립 목표로 나가기 위한 전력 수요 전망과 중장기 전원믹스 등은 관련 법제화와 상위 계획과의 정합성 확보를 토대로 차기 계획에서 순차적으로 검토·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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