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질의 한 해변에서 죽은 펭귄의 배 안에서 마스크가 발견됐다. 마스크줄에 발이 묶인 새들의 사체도 종종 확인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2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한국에서 생산된 마스크만 65억장에 이른다. 이처럼 폐마스크로 인한 사회 문제를 줄이기 위해 폐마스크를 재사용·재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등 정부는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페마스크 재활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마스크 재사용·재활용 팁’을 공유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수시로 쓰는 마스크를 그냥 버리기에는 미안하고 아까운 시민들이 ‘마스크면으로 청소 하기’, ‘의자 다리 양말로 씌우기’, ‘마스크 끈으로 머리 고무줄 만들기’, ‘커피 등을 넣어 방향제로 사용하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오염 가능성이 없는 마스크 ‘업사이클링’(원재료 분해없이 재가공)이나 ‘다운사이클링’(기계적·화학적 공정을 거쳐 다른 형태로 재가공)은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은 마스크 자투리 원단과 투명 페트병을 이용해 식물이 필요할 때 물을 흡수할 수 있는 ‘스밈 화분’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계원예술대학교 리빙디자인과 김하늘(24)씨도 마스크 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천으로 의자를 만든다. 마스크를 고온에서 녹인 뒤 의자 모양 틀에서 굳히는 방식이다.
김하늘씨가 버려지는 마스크를 재활용해 만든 의자. 이상아씨 제공
폐마스크를 소독 후 재활용하는 시도도 있다. 지난해 연세대학교 동아리 ‘마스크 두 잇’ 학생들은 학교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 폐마스크를 모아 소독한 뒤 마스크면을 녹여 만든 플라스틱 원료로 손을 대지 않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이나 공공장소의 스위치를 누를 수 있게 하는 ‘터치 프리 키’라는 방역 용품을 만들었다.
나아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폐마스크를 모아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경기 과천시 주민 이상아(34)씨 등이 참여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왕·과천 기후환경특별위원회는 이 지역 국회의원인 이소영 의원실과 함께 과천·의왕시에 폐마스크 분리수거함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계원예술대 김하늘씨가 분리수거함 시안도 만들었다.
계원예술대 김하늘씨가 만들고 더불어민주당 의왕·과천 기후환경특별위원회가 설치를 요청하고 있는 폐마스크 분리수거함 시안. 이상아씨 제공
하지만 정부는 아직 폐마스크를 재활용하기까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담당자는 “마스크의 성분은 고무줄(귀 부분), 코 받침대, 마스크면까지 3개가 혼합돼 있어 이를 분리·수거하는 과정에서 감염의 우려가 있다”며 “재활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쉽게 답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하늘씨도 이런 우려를 고려해 폐마스크를 재료로 쓰다 최근엔 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천으로 의자를 만들고 있다.
한편 프랑스의 스타트업 ‘플락스틸’(Plaxtil)은 폐마스크를 수거해 4일 동안 따로 보관한 뒤, 마스크의 코 받침대와 면을 분리해 분쇄하고 자외선을 쏘이는 방식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마스크 조각을 녹인 뒤 화학물질을 첨가해 투명 얼굴 가리개 같은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이씨는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환경부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전성 검사를 빨리 진행해 폐마스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부담이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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