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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사지마비 딛고 재활의학 전문의 된 재미동포 이승복씨

등록 2005-08-29 19:53수정 2005-08-29 19:53

“기적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이승복씨
“기적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이승복씨
“기적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만일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의사가 되어 있지 못했을 겁니다. 미국은 나에게 장애를 안겨주었지만 최고의 기회를 주기도 했지요.”

자서전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황금나침반) 출판 기념을 위해 한국에 온 이승복(41) 존스홉킨스병원 재활의학과 수석전문의는 29일 미국의 장애인 지원 시스템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기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단 두 명뿐인 사지마비 장애인 의사 중 한 명이다. 휠체어를 타고 병동을 누비며 자신처럼 장애인이 된 환자의 재활을 돕고 있다.

자서전 출판기념차 방한
고3때 마루운동 중 목골절
필사적 재활훈련 끝에
잃어버린 상반신 찾아

그가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이 된 것은 1983년. 여덟 살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건너간 지 11년째 되는 고교 3년 때다. 마루운동을 하다가 목을 쭉 늘인 상태로 턱으로 땅을 박으면서 7번과 8번 경골이 완전히 꺾였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시작한 체조가 기량이 향상되면서 바야흐로 물이 올라 올림픽 예비군단의 최고 선수로 인정받은 상황이었다.

평생 일어설 수 없으며 잘 구부러지지 않는 손가락, 잘 쥘 수 없는 아귀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진단 앞에 절망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사랑하는, 그를 사랑하는 부모형제를 위해 재활훈련에 나섰다. 석 달 만에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돌아다닐 수 있었고 물리치료 넉 달 만에 가능한 모든 근육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뉴욕대, 콜럼비아대, 다트머스대 의대를 거쳐 하버드대 의대 인턴과정을 수석으로 마치고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그가 들인 노력과 뒤에서 그를 도와준 이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스스로는 잠을 줄였고 동료들은 함께 공부했다. 무엇보다 의지력이 강한 어머니의 뒷심이 컸다고 했다. 그런 어머니가 4년 전 중풍으로 반신마비가 되었다. 2년 전부터는 한해에 5~6개월 함께 산다. 자기가 어머니의 주치의이기도 하지만 각각 성한 부분인 상반신과 한쪽 반신을 합치면 웬만한 일을 할 수 있다. 함께 외출해 노인정에도 가도 쇼핑도 한다.

“환자를 진료할 때 다른 사람보다 서너 배의 시간과 힘이 들어요. 그런데 환자들이 그것을 더 좋아하더군요.”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다가 ‘어떻게 다쳤느냐’ 호기심을 보이고 자신의 역정을 들려주면 ‘나도 당신처럼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한다는 것. “진료를 하면서 환자나 저나 서로 도움을 받아요.”

때론 어눌하고 때로는 너무 뜸을 들였지만 그의 한국어 발음은 또렷했다. 어릴 때 가져간 초등학교 교과서를 읽고 또 읽으면서 한국어를 잊지 않으려고 했단다. 지금도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본다.


그는 회견을 하면서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아야 했고 식사할 때도 중지와 약지 사이에 숟가락를 끼워서 들어 올렸다. 그의 애칭은 승복의 첫 자인 에스비(SB). 거기에서 ‘슈퍼보이’로 발전했는데, 지금은 슈퍼맨이 되었다고 웃지도 않고 너스레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도 나 같은 사람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에서의 경험을 전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재활원, 태릉선수촌 방문 등 공식일정을 마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14일 출국할 예정이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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