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일 보건의료노조에 속한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앞에 파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날 오후 정부와 보건의료노조가 마지막 협상에 들어갔지만, 최종 결렬될 경우 진료 현장의 차질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2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정부와의 교섭 결렬로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 조합원 비중이 큰 공공병원이 대다수인 감염병 전담병원 일부에선 코로나19 신규 입원환자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칫 생활치료센터나 가정 내에서 입원 대기자가 증가하는 등의 상황이 우려된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감염병 전담병원 내 의료인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공병원인 경기도 의료원들은 신규 입원 환자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조합원 비율이 80%가량인 경기도 의료원 6개 병원은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당분간 병상이 비어도 인력 문제로 신규 코로나19 입원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1500여개인데, 경기도 의료원 6곳의 병상 수가 760여개로 절반을 차지한다. 경기도의 한 감염병 전담병원 관계자는 “만약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감염병 전담병원이 신규 입원환자를 받지 못해 생활치료센터나 가정 내 대기자가 쌓이게 될 것이고,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은 입원하기 위해 장거리 이송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도 이날 “현재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일반 입원환자의 50%에 해당하는 60여명을 오후부터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키고 있다”며 “코로나19 중환자실은 여유가 있지만, 총파업을 할 경우 코로나19 경증·중등증 환자나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신규 입원환자는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또 인력 문제로 선별진료소의 운영도 중단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후부터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제13차 노정교섭을 시작했다. 이날 협상장을 방문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오후 2시40분께 협의 시작에 앞서 “여러분들이 합의하면 정부가 거기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관철해내겠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협상이 결렬 될 경우 보건의료노조는 오전 7시부터 쟁의행위를 시작할 계획이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보건복지부의 13차 노정실무교섭에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오른쪽)가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쪽은 22개 안건 가운데 17개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나머지 5개 안건에 대해서는 앞서 12차례의 교섭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 기준 마련과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전국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확충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교육전담간호사 확대 △야간간호료 확대 등이 문제의 안건이다. 137개 사업장 가운데 총파업에 참여하게 되는 의료기관은 104곳으로 대부분 민간 대학병원이나 공공병원 등이다. 다만 노조는 총파업에 나서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에는 법에 따라 필수유지 인력이 배치된다”고 밝혔다.
교섭 결렬로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코로나19 대응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지방의료원 등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신규 입원환자를 받기 어려워지는 게 문제다. 현행 코로나19 환자 진료 체계는 무증상·경증은 생활치료센터로 가고, 중등증 환자나 고령·기저질환 등으로 의료진 관찰이 필요한 경증 환자는 감염병 전담병원에 입원한다. 이보다 상태가 더 위중한 환자는 민간 상급 종합병원 등에 마련된 중증환자 전담병상에 입원한다. 그러나 코로나19 경증·중등증 환자 치료는 필수 유지 업무에 해당하지 않아서 파업의 여파를 겪을 수밖에 없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2일 오전 11시에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 2시부터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노조는 45인승 버스 500대를 빌렸으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버스 한 대에 탑승하는 인원은 절반 수준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총파업 집회에 참석하는 조합원은 방호복을 입고 페이스 실드와 마스크를 착용하는 ‘방호복 파업’을 진행하게 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공공의료 강화와 보건의료인력 확충 문제는 어느날 갑자기 제기된 이슈가 아니다”라며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다가 이제 와서 지방정부 핑계를 대거나 ‘재정당국과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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