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유방암에 걸리는 사람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유방암 자체는 2기 발견 시 5년 생존률이 89%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쉽게 재발할 수 있어 관리가 힘들다. 유방암은 선진국의 발생률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5배나 높아 ‘선진국형’암이라고도 불린다.
유방암 발생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모유수유 기피, 만혼, 저출산,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 음주, 동물성 지방 섭취증가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선진국일수록 유방암 환자가 많은 현상이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사회적 환경과 연관이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야간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유방암에 더 많이 걸리는 데, 이는 밤에 인공조명과 같은 밝은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현저히 줄기 때문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미국의 신경내분비 전문의인 블래스크 박사는 실험을 통해 멜라토닌이 유방암과 실제로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입증했다. 블래스크 박사는 폐경기 전의 여성 자원자를 대상으로 낮, 빛이 없는 밤, 90분 동안 형광등 빛을 받은 밤의 세 시기별로 혈액을 채취했다. 그는 인간의 유방암 세포를 실험용 쥐에 이식하여 자라게 한 후, 채취한 혈액들을 쥐에 생긴 암세포에 주사했다. 실험결과 빛이 없는 밤에 채취한 혈액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했지만 낮과 형광등 빛을 받았던 밤의 혈액은 그렇지 못했다. 블래스크 박사는 멜라토닌이 암세포가 증식하는 데 필수적인 리놀레산 대사를 차단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멜라토닌은 송과선이라는 기관에서 어두울 때 주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잠이 잘 오게 하고, 인간의 하루 생체주기를 조절하며 면역력을 높이고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자야할 시간에 환한 조명하에서 지내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눈으로 사물을 보면서 작업하는 데는 300룩스 정도면 족하다. 300룩스라면 일반 강당이나 복도의 조명보다 조금 밝고 책을 읽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 도서관의 적정 밝기는 300~600룩스를 권장하고 있다. 멜라토닌 분비는 300룩스일 때 억제되기 시작하며 1000룩스를 넘으면 분비량이 급감한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야간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가능하면 실내조명을 필요 이상으로 환하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두운 밤이 건강에는 유리하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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