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재개될 예정이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 같다. 지난 3월 13일,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광우병 증상을 보이던 소에 미국 농무부가 광우병 양성 판정을 내린 것이다. 과거 미국에서 두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을 때 쇠고기 협상이 좌초된 일이 있었던 만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사실 광우병 재발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광우병 관리체계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일본과 미국의 통관협상에서도 소의 나이를 확인하는 미국의 방식이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일본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그동안 미국이 30개월 미만인 소는 광우병에서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기에 정확한 나이를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2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의 사정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소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추적·관리하는 시스템을 확립해 소가 언제 태어났으며 나이가 몇 살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소의 나이를 치아나 뼈 구조를 보고 판별한다. 미국 정부는 이 방법도 과학적이고 정확하다고 주장하지만 출생일로부터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보다 불확실 할 수밖에 없다.
영토가 넓은 미국의 실정상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를 목장주가 목장에서 검역소까지 싣고 가 일일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는 현행 제도도 문제다. 운송비용도 그렇지만 광우병 소가 한 마리라도 발견되면 목장 전체가 방역 대상으로 지정되어 소를 팔 수 없으니 목장주의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다. 따라서 광우병 증상을 보이는 소를 발견하고도 목장주는 정부에 보고하는 대신 그냥 도살 후 묻어버리는 일도 있다고 한다. 작년 7월, 휴스턴의 지역신문인 <휴스턴크로니클>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국 내에 공식적으로 보고된 숫자보다 더 많은 광우병 소가 있으리라는 우려를 표했다.
그동안 미국은 ‘광우병 안전국가’라고 자신해왔다. 이번 사건으로 그 자신감이 다시 한 번 무색해졌지만 당장 입장을 바꾸어 안전국가 선언을 철회할 것 같지는 않다. 쇠고기 수출 재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무조건 믿어보라는 식의 태도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정부가 과학적인 증거 자료를 갖추고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 더욱 빈틈없이 대비하기를 바란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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