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한번에 한가지만 하도록
공공건물에 이어 민간건물에서도 금연이 보편화되고 있다. 심지어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금연을 권고하는 곳이 늘고 있다. 그러나 술집만은 여전히 예외다. 그러다 보니 흡연자는 물론이고 평소에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담배를 끊었던 사람들조차 술자리에서는 흡연욕구에 시달린다. 술과 담배에 서로를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문제는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할 때 입는 피해가 이 두 가지를 따로 할 때의 피해를 합친 것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알코올중독으로 뇌 기능이 저하되어 사고력이나 운동능력이 떨어진 환자가 술을 줄이면 서서히 뇌의 기능이 회복되어 거의 정상적인 상태까지 돌아올 수가 있다. 그러나 흡연은 이런 회복 작용을 방해한다.
이 사실은 한 학술지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디터 마이어호프 박사는 현재 금주 중인 알코올중독 환자들의 뇌 활성을 한 달 동안 조사했다.
회복기에 있는 알코올중독 환자 25명을 흡연자 14명, 비흡연자 11명의 두 그룹으로 나누어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한 결과 한 달 사이 비흡연자의 뇌 기능은 뚜렷한 개선을 보인 데 반해 흡연자의 뇌 기능은 처음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비흡연자의 뇌는 특히 학습능력, 기억력, 주의력, 집중력, 사고 속도 등 여러 가지 인지능력이 뚜렷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흡연자의 뇌에서는 이러한 능력들이 회복되는 속도가 느렸을 뿐 아니라 운동조정능력과 감각수용능력을 관장하는 부분은 처음보다 오히려 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이 뇌 기능에 악영향을 주어 알코올중독으로부터 회복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마이어호프 교수는 이 실험이 초기 단계에 불과하여 흡연이 어떻게 알코올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알코올중독을 치료하려면 적어도 흡연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주점에서도 흡연을 금지시켰다. 처음에는 업주들의 저항에 부딪혔지만 이 법을 시행하고 난 후에도 매상이 전혀 줄지 않자, 이 법을 도입하는 주가 점차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추후 이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가 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건강은 자신이 지킬 몫이다. 담배나 술을 끊을 의지가 없다면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겠다는 의지 정도는 가져보자.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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