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일의 건강이야기] 크게 들을 땐 15분 넘지 않도록
지난 달 말 미국 애플사는 자사 엠피(MP)3 플레이어의 최대 볼륨의 크기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를 배포했다. 시판 중인 엠피3 플레이어의 볼륨 수준이 청력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엠피3 플레이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청력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전부터 휴대용 음향기기가 청력을 손상시킨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엠피3 플레이어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청력 손실은 볼륨뿐 아니라 전체 노출시간과 연속 노출된 시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웬만한 엠피3 플레이어는 수백 곡을 저장할 수 있고, 배터리 성능이 향상되어 수십 시간 동안 계속 재생할 수 있다.
연구 결괄르 보면, 하루에 85데시벨 수준의 소음에 8시간 동안 노출되면 청력 손실을 입을 위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시디 플레이어나 엠피3 플레이어의 소음 수준은 85데시벨을 웃돈다. 특히 지하철 같은 곳에서 음악을 즐기려면 100데시벨에 이르기 쉽다. 이 정도라면 음악을 듣는 시간이 15분을 넘지 않아야 청력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최근 프랑스와 몇몇 유럽 국가들에서는 휴대용 음향기기의 최대볼륨이 100데시벨을 넘지 못하게 하는 법을 제정했다.
사용자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음악을 크게 듣길 좋아하는 당사자들은 정작 청력손실은 남의 일이라며 위안하는 ‘낙천적인 오류’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
음악을 크게 듣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음의존장애’ 증세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악을 들을 때 볼륨을 높이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이를 견디기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을 측정하는 설문지를 알코올 대신 고음으로 바꾸어 측정했더니 고음의존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자와 매우 흡사한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청력 손실은 매우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행되기까지 이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즐겨 들었고, 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공공장소에서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미 청력 손실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시끄러운 소리에는 내성이 생길 수 없으며 오로지 청력이 나빠질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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