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5월이면 어른들은 어린이를 위해 각종 행사와 선물을 준비한다. 하지만 평소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해왔는지는 의문이다. 식당에서 옆자리의 어린이는 아랑곳 않고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어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한 손으로 자녀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담배를 피우며 길을 걸어가는 아빠들도 눈에 띈다. 담배연기에 노출된 어린이는 호흡기 질환이나 천식에 걸릴 위험이 높고, 폐기능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 무시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 뿐 아니다. 자동차, 특히 레저용 차량(SUV)나 트럭의 매연 배출구는 영유아의 얼굴과 매우 가까운 높이다. 영유아들은 바로 코앞에서 자동차 매연을 맡아야 하는 셈이다. 각종 환경정책에서도 어린이들의 건강피해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환경기준이 성인을 기준으로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겨냥한 식품을 살펴봐도 아이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고려한 흔적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든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 사먹도록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뿐이다. 어린이가 즐겨 먹는 과일음료에 엄청난 양의 설탕이 들었다는 시민단체의 고발은 분노를 자아낸다. 과일 또는 비타민이라는 용어는 포장 전면에 내세우면서 설탕이 대량 들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는 소홀하다.
어린이는 환경정책에서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어린이는 신체 기관이 발달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모든 신체 기관이 환경 독성물질에 더 취약하다. 단위 체중으로 환산할 때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많은 물을 마시고, 더 많은 음식을 먹으며, 더 많은 공기를 호흡한다. 이는 어른보다 유해물질을 더 많이 흡수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농도의 독성물질에 노출되었을 때도 어린이의 질병 발생 위험이 훨씬 높다. 암처럼 잠복기가 긴 질병일수록 더욱 그렇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 보건학자들은 어린이 인체 유해성을 논할 때 명백한 과학적 증거가 불확실한 경우 미리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사전 예방의 원칙’을 우선시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경제적 손해를 보더라도 어린이의 건강과 맞바꿀 수는 없다는 논리에서다. 어린이는 꿈을 먹고 자란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 우리의 어린이들이 오염된 꿈을 먹고 자라지는 않은지 어른들은 고민해야 한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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