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아이 건강하게 /
여름 옷을 꺼내기 위해 옷장을 정리하던 지영(가명)씨는 숨어있던 방충제 냄새 때문에 갑자기 호흡이 곤란하고, 눈이 가렵고, 재채기가 나는 등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 화학물질에 민감해서 곁에 향수뿌린 사람이 지나가도 재채기가 나는 지영씨는 몇 년 전에 옷에 좀이 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넣어두었던 방충제 냄새가 아직도 남아있어, 몇 시간을 고생했다.
며칠 전 둘째 아이 학교에서 급식 당번을 했을 때에도 방취제 때문에 큰 고통을 당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무얼 먹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직장에 다니는 터라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자주 없기 때문에 지영씨는 급식 배식을 신청하여 한 달에 한번 학교에 간다. 배식 후에 교실 청소까지 하게 되는데, 그날은 화장실 청소당번이었다. 남자 소변기를 청소하는데 소변기 위에 무더기로 쌓여있는 방취제 때문에 또 몇 시간 고생했다. 특히 나프탈렌에 더 심하게 반응을 보여 눈이 가렵고, 흰자위가 부어오르고, 숨쉬기가 어려워 청소 중간에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오게 되었다.
방충제는 좀이 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동그랗고 흰 알약형태도 있고, 옷장에 거는 형태, 옷장에 넣을 수 있도록 부직포로 작게 포장된 형태도 있다. 방충제의 주성분은 나프탈렌과 파라졸인데, 나프탈렌은 화장실 등에서 방취제로도 사용된다.
나프탈렌의 제조과정에서 불순물로 섞이는 벤조피렌은 발암 물질로 분류된다. 나프탈렌은 마시거나 피부로 흡수하면 독성이 있고, 독성에 노출되면 두통, 멀미, 구토, 지나친 땀 분비와 혼란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 나프탈렌은 2006년 1월 미국 보건후생국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지영씨는 아이들 소변기에 이러한 발암 가능물질이 무더기로 놓여 있는 것에 대해 선생님과 상의했다. 특히 아이들 코앞에 놓여 있어 소변볼 때 바로 마시게 되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듣고 선생님도 걱정을 하셨다. 그 때문인지 다음 번 화장실 청소 때는 소변기 앞의 나프탈렌이 치워져 있었다. 그래도 지영씨는 걱정이 된다. 이번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문제를 인식하고 고치는 게 가능했다. 얼마나 많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우리 주변에 놓여있고, 아이들 주변에 무심히 놓여있을까. 이러한 물질들이 소비자의 손에 닿기 전에, 정부와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좀더 독성이 덜하고 안전한 물질을 생산하고 유통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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