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공동저자’ 정영기 연구원
“인간 배아세포를 죽이지 않고 줄기세포를 만들고 원래 세포를 살리는 방법을 고민해 온 결과다.”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의 정영기(45·?5s사진) 연구원은 23일(현지시각) <네이처>가 논문을 인터넷판에 사전에 공개한 뒤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생각지도 않게 주목을 받게 됐다”며 얼떨떨하면서도 “인간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기금 지원을 금지한 부시 행정부의 조처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이뤄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지난해 <네이처> 10월호에 발표된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인간배아에 적용한 것이지만, 지난해 100여개의 난자를 이용해 5개의 줄기세포를 배양한 데 비해 방법을 개선해 16개에서 2개의 줄기세포주 배양하는 데 성공해 성공률을 높인 것이 자신에겐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논문이 <네이처>에 실리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그는 털어놨다. <네이처>가 원래 올해 초 보낸 논문에 대해 지난해 연구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라며 500자 분량의 1쪽 분량만 실어주겠다고 ‘퇴자’를 놓는 바람에 새로운 연구성과를 수차례 설명하고 난 뒤에야 2000자짜리 제대로 된 논문을 지난 4월에 보내게 됐고 이달 초에야 게재 여부가 확정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생쥐 연구에서 제1저자였던 데 비해 올해 연구에서 제1공동저자로 기록된 것에 대해 지난해에는 전적으로 자신이 했지만, 이번 연구는 ‘회사방침’에 따라 공동연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줄기세포 배양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일을 하면서 주로 배아복제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의 원래 전문분야가 배아복제 분야라고 설명했다. 2004년,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연구 발표 이후 배아복제 쪽 연구를 중단했다가, 황박사 논문 파동 이후 지난해 말부터 배아복제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다시 재개했다는 것이다. 그는 “각국 연구소간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줄기세포를 만들고 있는데, 성공한 케이스도 2개 정도 있다”며 상당한 연구 축적이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자신을 포함한 러시아·중국·미국 출신의 ‘다국적 연구팀’이 연구 주축이라며, 한국 쪽 연구의 분발을 촉구했다.
줄기세포 전문가인 정 박사 역시 수의학도 출신이다. 농장을 하는 집안 탓에 전라남도 담양종고 축산과에 진학했고, 전남대 수의과대학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미국에 유학와 2000년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번식생리학박사학위를 딴 뒤 필라델피아 템플대학 의과대학에서 포스닥과정으로 마치고 지난 2003년 2월부터 현재의 회사에서 복제와 세포분화 연구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영주권자인 그는 “현재 하는 일 때문에 당장 신상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여건만 주어진다면 굳이 미국에서 일할 이유가 있겠냐”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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