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큰 화 입기전 메우라 했건만 일제는 우리나라를 강점하던 시기에 전국에 1천개가 넘는 광산을 개발했다. 특히 금속을 채취하기 위한 광산 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해방이 되면서 곳곳에 파헤친 광산을 제대로 메우지 않고 내팽개친 채 떠났다. 그런데 일제가 남기고 간 폐광이 우리에게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5일 정부는 폐광지역의 농산물 중금속 오염 실태를 발표했다. 쌀의 경우 납과 카드뮴 허용기준치를 넘는 것이 각각 27.5%와 8.1%나 됐다. 일부 지역 쌀은 기준치를 무려 30배나 넘었다고 한다. 폐광이 환경과 인간에 끼치는 영향은 지속적이고 치명적이다. 일반적으로 암석에는 황이 들어 있는데, 암석이 물, 공기, 그리고 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티오바실러스 페로옥시단스’라는 세균과 결합하면 ‘산성광산배수’를 만들어 낸다. 채광 과정에서 암석이 조각나면 공기 및 물과 접촉하는 표면이 늘어나 산성광산배수가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이 되고, 이 세균은 광산배수에 살면서 광물에 있는 황이 없어질 때까지 수백 년 동안 산성광산배수를 만들어 낸다. 금속광산은 암석에 포함된 1%도 안 되는 금속성분을 얻으려고 엄청난 양의 암석을 파헤쳐야 하므로 더 큰 피해를 일으킨다. 문제는 강산성의 광산배수가 암석에 있는 각종 중금속을 녹여내는 데 있다. 제대로 폐광처리를 하지 않은 광산에 물이 들어차면 중금속이 산성광산배수에 녹아 나와 인근 지역의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고, 여기서 생산된 농작물, 생선, 식수를 섭취한 사람은 각종 중금속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중금속에도 허용기준이 있으므로,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길 수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 기준치 이하의 농도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에도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다. 중금속은 일단 체내로 들어오면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선을 다해 중금속 노출을 막아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가 거의 매일 먹는 쌀에 중금속이 많이 들어 있다는 현실은 충격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폐광대책을 세우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일제가 방치한 폐광을 우리 정부라도 신속히 치유했더라면 지금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더 큰 화를 입기 전에 하루빨리 폐광을 메워야 한다. 병든 국토에 살면서 건강하길 바라는 것은 헛된 희망에 불과하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큰 화 입기전 메우라 했건만 일제는 우리나라를 강점하던 시기에 전국에 1천개가 넘는 광산을 개발했다. 특히 금속을 채취하기 위한 광산 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해방이 되면서 곳곳에 파헤친 광산을 제대로 메우지 않고 내팽개친 채 떠났다. 그런데 일제가 남기고 간 폐광이 우리에게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5일 정부는 폐광지역의 농산물 중금속 오염 실태를 발표했다. 쌀의 경우 납과 카드뮴 허용기준치를 넘는 것이 각각 27.5%와 8.1%나 됐다. 일부 지역 쌀은 기준치를 무려 30배나 넘었다고 한다. 폐광이 환경과 인간에 끼치는 영향은 지속적이고 치명적이다. 일반적으로 암석에는 황이 들어 있는데, 암석이 물, 공기, 그리고 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티오바실러스 페로옥시단스’라는 세균과 결합하면 ‘산성광산배수’를 만들어 낸다. 채광 과정에서 암석이 조각나면 공기 및 물과 접촉하는 표면이 늘어나 산성광산배수가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이 되고, 이 세균은 광산배수에 살면서 광물에 있는 황이 없어질 때까지 수백 년 동안 산성광산배수를 만들어 낸다. 금속광산은 암석에 포함된 1%도 안 되는 금속성분을 얻으려고 엄청난 양의 암석을 파헤쳐야 하므로 더 큰 피해를 일으킨다. 문제는 강산성의 광산배수가 암석에 있는 각종 중금속을 녹여내는 데 있다. 제대로 폐광처리를 하지 않은 광산에 물이 들어차면 중금속이 산성광산배수에 녹아 나와 인근 지역의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고, 여기서 생산된 농작물, 생선, 식수를 섭취한 사람은 각종 중금속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중금속에도 허용기준이 있으므로,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길 수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 기준치 이하의 농도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에도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다. 중금속은 일단 체내로 들어오면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선을 다해 중금속 노출을 막아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가 거의 매일 먹는 쌀에 중금속이 많이 들어 있다는 현실은 충격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폐광대책을 세우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일제가 방치한 폐광을 우리 정부라도 신속히 치유했더라면 지금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더 큰 화를 입기 전에 하루빨리 폐광을 메워야 한다. 병든 국토에 살면서 건강하길 바라는 것은 헛된 희망에 불과하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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