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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산소호흡기 떼낸 의사 ‘무혐의’ 될까

등록 2007-06-10 21:31

경찰, 의협에 자문…“말기암 합병증 사망 과실 인정 안돼”
검찰, ‘소극적 안락사’ 결론여부 주목…의료계선 사실상 허용
말기암 환자의 산소호흡기를 떼어 ‘안락사’시킨 의사가 살인 혐의로 고소됐으나,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며, 곧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소호흡기를 떼는 식의 ‘소극적 안락사’에 대해선 아직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살인” 대 “사망 원인 아니다”=2002년 간경화 진단을 받은 김아무개(45)씨의 어머니(당시 68살)는 뒤 병세가 악화해 지난해 3월 ㅅ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석달 뒤 주치의 박아무개(30)씨는 김씨 누나의 동의를 얻어 산소호흡기를 뗐다. 김씨는 “계속 진료했어야 함에도 이를 포기하고 산소호흡기를 제거한 것은 살인행위”라며 지난해 12월 박씨 등 의사 2명과 누나를 고소했다.

그러나 박씨는 “환자가 평소에 자신의 딸과 나에게 ‘이상한 기구를 달고 죽고 싶지 않다. 깨끗하게 죽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숨지기 일주일 전 간경변의 마지막 단계인 ‘간신증후군’(간질환 때문에 콩팥이 망가지는 현상)이 왔기 때문에 산소호흡기를 떼지 않았더라도 24시간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 방배경찰서는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워, 대한의사협회에 진료기록 등을 보낸 뒤 자문을 구했다. 의사협회에서는 ‘김씨의 어머니가 간경화로 말미암은 합병증으로 숨졌으며 산소호흡기 대체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 아니다’는 감정 결과를 보내왔다. 방배경찰서 박정수 강력4팀장은 “의사협회 감정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원·의료계 인정 추세=안락사 인정 여부는 전세계적인 관심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면으로 쟁점화한 적이 없다. 법 규정도 없고, 대법원 판례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2004년 이른바 ‘보라매병원 사건’ 항소심 판결에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불치 상태의 환자 스스로 진지하게 치료 중지를 요구하고 병원윤리위원회 등 검증 절차를 거쳐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소극적 안락사 등 치료의 중지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을 뿐이다. ‘보라매병원 사건’은 입원한 뇌출혈 환자를 가족 요구에 따라 퇴원시켜 숨지게 한 의사 2명에게 살인방조죄가 적용된 것으로, 사건 자체는 안락사와 관련이 없다.

불치병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숨지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달리, 소극적 안락사는 ‘존엄사’로도 불리며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인정되고 있다. 의사협회에서도 2002년 의사윤리지침을 통해 이를 사실상 허용했다. 이윤성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객관적인 판단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이 사건에서 의사의 판단은 의사협회 윤리 규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정준섭 사무관은 “생명 존중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연명 치료 중단에 반대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모아지지 않은 상태”라며 “공감대가 모아진 뒤 관련 입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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