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감염 우려…학생·학부모 등교 걱정
학교는 ‘손씻기’ 외에 예방책 없어 전전긍긍
학교는 ‘손씻기’ 외에 예방책 없어 전전긍긍
국내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사망자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주부터 초·중·고교가 개학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감염자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름방학 중에 신종 플루 위험 국가로 여행이나 연수를 갔다 감염된 학생들이 등교할 경우,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고교 2학년 김아무개(18)군은 17일 “봉사활동으로 인도에 다녀왔는데, 몸살 기운이 있어 학교에 전화했더니 일단 보건소부터 가라고 했다”며 “18일 개학을 하는데 학교에 가야 할지 가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고교 1학년 딸을 둔 박아무개(41·서울 중랑구)씨는 “방학이 끝나면 외국에 다녀온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게 될 텐데 학교에서 어떤 대책을 세울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개학을 미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걱정스럽긴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고교 교사 김아무개(27·서울 양천구)씨는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일단 방학 때 어학연수 등을 다녀온 학생들을 중심으로 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개학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생교육을 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육당국은 신종 플루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신종 플루 증상이 있는지 꼼꼼히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신종 플루 위험 국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학생은 개학을 해도 잠복기 7일이 지난 뒤에 등교하도록 했다”며 “위험 국가에 머문 적이 없는 학생들도 발열 등 감염 증상이 있을 경우 등교하지 말고 학교와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앞으로 학교에 환자가 발생할 경우 규모와 감염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역기관과 협의를 거쳐 ‘휴교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신종 플루 집단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수학여행 등 이동 제한 조처도 강화하기로 했다.
휴가철을 맞아 국외여행을 다녀온 이들을 중심으로 감기 증상만 있어도 신종 플루를 의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공릉동의 한 의원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신종 플루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외 여행을 다녀온 뒤 감기나 설사 증상을 보인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며 “신종 플루 확진 검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화곡동의 한 의원 원장은 “발열, 두통, 인후통 때문에 온 환자들 가운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 환자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아직 신종 플루 환자가 많지 않기에 이런 증상이 있는 환자들도 진료하고 있지만, 앞으로 감염자가 많아지면 일반 환자와 어떻게 구별해서 진료해야 할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정유경 유선희 김양중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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