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며 초등학교의 개학이 잇따르는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돈암동 개학을 맞이한 성신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예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교실에 손소독제…예방법 가정에 통지
개학 맞아 ‘비상’…감염자 3천명 넘어서
개학 맞아 ‘비상’…감염자 3천명 넘어서
24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목동 월촌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개학식을 마치고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기쁨으로 모두 재잘거렸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A’(신종 플루)에 대한 걱정으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굣길에 일부 아이들은 교실 앞 수돗가부터 들러 손을 씻었다. 손을 씻던 6학년 정아무개군은 “등교하는데 기침하는 아이가 있으면 가까이 가지 말라고 엄마가 당부했다”며 “반에 마스크를 쓰고 온 친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돗가에서 아이들에게 손씻기 교육을 하던 최경수 보건교사는 “아침 첫 교내방송으로 신종 플루의 초기 증상을 설명하고, 발열 시 행동지침에 대해 시청각 교육도 실시했다”고 말했다.
국내 신종 플루 감염자가 3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개학을 맞은 학교들에 비상이 걸렸다. 월촌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 1374명 가운데 20명이 외국 여행에서 돌아온 지 7일이 지나지 않아 등교를 하지 않았다. 이 학교 이진경(27) 교사는 “개학 전 각 가정에 연락해 5명의 학생들에게 재택학습을 하라고 지도했으며, 매일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교실 안에도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박래준 교감은 “외국에 다녀온 학생 위주로 일단 등교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이뤄진 상황이기 때문에 철저한 손 씻기 등 예방교육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개학을 한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초등학교도 해외 여행에서 돌아온지 7일이 지나지 않은 11명의 학생이 등교를 하지 않았다. 학교 정문에서 하교하는 자녀를 기다리던 학부모 김태연(43)씨는 “미국에서 살다 한 달 전쯤 돌아와 처음으로 학교에 아이를 보냈다”며 “신종 플루가 유행이라고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학을 한 인근의 개운중학교는 외국에 다녀온 교사 5명이 학교에 나오지 못해 정상수업 대신 자율학습을 진행했다.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에서는 전체 17개 중학교 가운데 16개 학교가 오는 31일 또는 다음달 1일로 개학일을 연기했다. 광주 ㅅ고 보건담당 교사는 “가벼운 기침만 해도 보건실을 찾아 ‘혹시 신종 플루 아니냐’고 묻는 등 학생들이 무척 민감한 상태”라며 “각 가정에 예방요령 등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3차례나 발송했는데도 증상이나 치료방법 등을 묻는 학부모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중·고교 3곳은 아직 신종 플루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신종 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개학을 연기했다.
‘신종 플루’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교육당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외국을 여행한 학생들의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 중에는 자녀가 신종 플루에 걸렸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일주일 동안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을 꺼려 학교에 신고하지 않고 등교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현재까지 신종 플루로 인해 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한 학교는 전국에서 38개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24일 188명이 신종 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지금까지 감염자가 모두 3113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유경 이경미, 대구/박영률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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