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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신종플루 백신 ‘딜레마‘

등록 2009-09-08 14:48

물량-안전-신속 모두 충족 고심
“팬데믹 백신 대책 마련 안 한 결과”
"물량을 확보하자니 부작용이 신경 쓰이고, 안전만 생각하자니 신속한 공급이 어렵고..."

정부가 신종플루 백신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항원보강제를 사용한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지만 안전성 우려로 접종연령이 제한될 전망이어서 18세 이하 영유아와 청소년을 위한 백신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백신의 접종횟수가 정해지지 않아 정부와 백신기업간의 '눈치작전'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유아·청소년 백신 부족? = 8일 보건당국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천336만명분의 신종플루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항원보강제를 사용한 백신을 쓰기로 했다. 항원보강제(adjuvant)란 체내 항원항체 반응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로 백신의 양을 2~4배로 불릴 수 있다.

그러나 항원보강제를 쓴 백신은 기존 방식에 비해 부작용 발생 빈도가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에 따라 항원보강제가 사용된 백신은 원칙적으로 19세 이상에만 투여키로 하고 국내 백신기업 녹십자에도 우선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키로 정해 놓은 상태다. 임신부와 18세 이하 총 1천65만명은 가능한 항원보강제를 넣지 않은 백신을 접종한다는 것.

하지만 현재 계획대로면 항원보강제를 사용하지 않은 채 조기에 공급되는 백신은 녹십자가 제조하는 700만도스(1회 접종량)뿐이다.

백신을 2회 접종할 경우 '항원보강제 없는' 백신이 2천130만도스나 필요하므로 아동에게 투여할 백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된다.

이 경우 대안은 항원보강제를 넣지 않은 중국산 백신을 쓰거나 국산 '항원보강제 백신'의 임상시험 연령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아동에게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 따르며 중국산 백신은 국내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았다.

보건당국은 1회 접종으로 면역력이 형성된다는 해외 임상시험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회 접종으로 충분한 면역력이 형성된다면 국산 백신과 영국계 제약사 GSK의 제품(3세 이상 대상 임상시험)으로 임신부와 18세 이하에 투여하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백신기업, 처지 바뀌나 다행스럽게 '1회 접종'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정부와 백신기업 간의 협상이 또다른 문제로 남는다. 정부로서는 백신 구매량이 줄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지만, 정부의 구매요청에 따라 다량의 항원보강제 백신을 만드는 계획을 세웠던 녹십자의 불만이 커지게 됐다.

녹십자가 기존 방식으로 제조한 백신의 단가를 국제 시세보다 훨씬 낮은 8천원선으로 결정한 배경에는 정부가 더 비싼 항원보강제 백신을 대부분 구매해주리라는 데 대한 신뢰가 있었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녹십자에게 백신을 수출하지 말도록 요청했으며 녹십자는 구매의사를 밝혔던 외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발주량이 줄어들 경우 녹십자는 뒤늦게 해외 수출길을 찾거나 국내 민간 병의원 공급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간 시장에서는 중국산 백신 1천만도스 등 수입백신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최근에는 GSK도 가세해 정부에 2천만도스를 할 수 있다는 의향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가 녹십자에게 희생을 요구할 경우 추후 양자 간 가격과 구매량 협상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팬데믹 백신 준비 안한 탓" 안전한 백신을 충분하게, 적기에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정부가 대유행을 대비한 백신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대유행을 대비해 백신산업에 투자했더라면 백신 물량 확보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었고 보다 빠른 시기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었다는 게 제약업계의 설명이다.

대유행 상황을 염두에 둔 백신 공급대책이 없었을 뿐 아니라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한 투자도 미흡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공장 투자시기도 늦은 감이 있고 국내에 유정란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춰지지 못했다"며 "신종플루를 계기로 미흡한 백신 정책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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