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리포트] 꼭꼭 숨은 GMO식품
‘비의도 혼입’도 0.9%까지만 허용
자율제라는 미국·캐나다도
기존작물과 성분 다르면 표기토록
‘비의도 혼입’도 0.9%까지만 허용
자율제라는 미국·캐나다도
기존작물과 성분 다르면 표기토록
1997년 유럽연합(EU)이 ‘유전자변형작물(GMO) 표시제도’를 처음 도입한 뒤 현재 세계 40여개 나라가 유전자변형식품에 관한 표시제도를 두고 있다. 한국은 ‘지엠오 의무표시제’를 시행하는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율표시제를 운용하는 나라보다 더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 2001년 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를 마련했다. 2008년 1월 ‘엘엠오(LMO) 법’이 시행되며 유전자변형식품의 수입·생산·표시·취급 등에 관한 사항을 일제히 정비했다. 이에 따라 유전자변형 농수산물은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식품 및 첨가물은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표시 기준 등을 규정한다.
식품위생법이 규정하는 유전자변형 식품 및 첨가물 표시 기준만 봐도, 한국이 내세우는 의무표시제가 사실상 ‘부분표시제’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먼저 표시 대상을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모든 식품’으로 규정했다. 주요 원재료란 함량을 기준으로 5순위 이내의 재료를 뜻한다. 함량 6순위 이하이거나,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디엔에이나 단백질 성분이 존재하지 않으면 지엠오 사용 여부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가장 엄격한 지엠오 표시제도를 둔 곳은 유럽연합이다. 유럽연합은 유전자변형 디엔에이나 단백질의 검출 여부와 관계없이 지엠오를 원료로 사용했다면 무조건 표시해야 한다. 중국도 유럽연합 못지않게 까다로운 지엠오 표시제도를 갖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원료 농산물이나 그 가공식품 모두가 표시 대상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도 모든 유전자변형식품을 표시 대상으로 한다.
식품업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수입·유통 단계에서 지엠오가 섞이게 되는 ‘비의도적 (GMO) 혼입치’도 한국은 그 양이 전체 원료의 3% 이하라면 표시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유럽연합은 그 기준이 0.9%, 중국은 ‘제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도 1%를 유지한다.
세계 최대의 지엠오 생산국인 미국과 캐나다 등은 자율표시제를 운용 중이다. 지엠오 표시 여부를 업계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인데, 이때 중요한 건 그 대상이 ‘일반 식품과 비교해 기존 특성이 실질적으로 동등’한 지엠오로 제한된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인위적인 형질 교배로 특정 영양 성분을 강화한 작물이라면, 이는 기존 작물과 (영양 성분이)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만큼 ‘지엠오 표시’를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3월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식용유 26개 제품을 대상으로 특정 영양 성분 강화 지엠오 사용 여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수입산 유기농 카놀라유 1개 제품에서 올레산(지방산의 주성분)이 특이하게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올레산을 강화한 유전자변형 카놀라나 콩이 함유된 결과였다. 그럼에도 유전자변형 단백질이나 디엔에이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제품은 지엠오 표시 면제 대상이 됐다. 미국이나 캐나다였다면 일반 식품과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만큼 ‘지엠오 카놀라유’로 판매됐을 가능성이 높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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