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암 등 흡연으로 인한 직접적 폐해를 보여주는 경고그림이 금연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은 흡연이 초래할 ‘피부노화’나 ‘타인에 대한 피해’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해 차차 이런 내용을 담은 경고그림도 등장할 전망이다. 사진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예시한 담뱃값 경고그림들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2월 임시국회에서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어떤 내용의 경고그림이 새겨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두암이나 폐암 등 흡연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포 사진’이 우선 들어갈 전망이지만, 차차 ‘아이들의 간접흡연’ 폐해나 ‘여성의 피부 노화’를 보여주는 그림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의뢰로 지난해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조사한 ‘한국형 담배경고그림 연구’ 보고서를 보면, 흡연자·비흡연자(성인 1018명) 모두 금연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경고그림 주제로 ‘후두암’, ‘후두절개·신체질환 등의 후유증’, ‘치아변색’, ‘폐암’, ‘임산부 간접흡연’ 차례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이 연구 결과를 우선 반영해 경고그림을 제작할 방침이다.
경고그림은 과학적 정보 전달과 함께 공포심·혐오감을 조성할 때 금연 효과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감정 이입이 될 수 있는 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를 묘사한 이미지보다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폐암 환부 이미지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느끼는 금연의 주된 동기는 ‘피부 노화’와 ‘타인에 대한 피해’였다. 연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런 결과를 도출하고 경고그림의 추가 주제로 삼았다. 연구책임자인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공포를 심어주는 방식의 경고그림이 정착되면 여성 흡연자를 겨냥해 피부 노화를 강조한 이미지를 실어도 효과적일 것 같다. 길에서 흡연할 때 옆 사람, 특히 아이들한테 간접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서도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담뱃갑 경고그림이 특히 청소년 흡연 예방에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유미 복지부 건강증진과 사무관은 “2000년 최초로 담뱃갑 경고그림을 의무화한 캐나다는 이후 매년 성인 흡연율은 0.5%, 청소년은 1%씩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은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국제협약(FCTC)에서 권고하는 대표적인 비가격정책으로 지난해까지 세계 77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이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1년6개월 뒤부터 국내 유통되는 모든 담뱃갑엔 앞뒷면 각각 30% 크기의 경고그림이 들어가게 된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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