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25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장관실에서 열린 ‘한-사우디 특화 제약단지 조성’ 사업에 관한 양해각서 서명식 장면. 정부가 ‘2억달러 규모’라고 발표한 한-사우디 제약단지 사업은 일동제약의 항암제 공장 건설 중단으로 크게 축소됐다. 왼쪽부터 이정치 일동제약 사장, 문형표 복지부 장관, 야세르 알 오바이다 에스피시 사장. 보건복지부 제공
[긴급점검 ‘의료수출의 그늘’]
‘반민반관’ 형태 KMH 개점휴업
국제의료사업단도 지지부진
‘반민반관’ 형태 KMH 개점휴업
국제의료사업단도 지지부진
정부가 의욕적으로 설립한 의료수출 관련 전문기관과 조직이 여전히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기관과 제약업체의 국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돕겠다며 마련한 이들 기구의 약화는 의료수출 사업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보건복지부가 2013년 3월 의료시스템 국외 진출 지원 전문회사라며 ‘반민반관’ 형태로 꾸린 ‘코리아 메디컬 홀딩스’(KMH·케이엠에이치)는 현재 거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케이엠에이치는 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과 산업은행이 대주주를 맡고 몇몇 의료기관이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꾸려졌다. 복지부는 현 정부 출범 초기 ‘한-사우디 의료 쌍둥이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며 이를 뒷받침하려 케이엠에이치를 출범시켰으나, 이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져 이 회사도 고유 업무를 잃었다. 현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카타르 정보통신 시스템 수출’과 ‘오만 건강보험 정책 컨설팅’ 사업 등을 일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0일 “복지부는 이미 지난 2년간 케이엠에이치에 19억9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올해에도 11억5000만원을 지출할 예정”이라며 “의료수출 성과를 위해 밑 빠진 독에 국민 세금을 붓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2013년 11월 한국 의료의 국외 진출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함께 띄운 ‘국제의료사업단’도 지지부진하다. 애초 복지부의 계획은 이 사업단에 코트라와 한국관광공사의 전문 인력을 파견받아 범부처 의료 진출 총괄사령탑 구실을 맡긴다는 것이었는데, 코트라 등에서는 직원 파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국제의료사업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있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직원을 파견할 텐데, 딱히 진행되는 사업이 없어서 인력을 파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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