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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담뱃갑 경고그림’ 후퇴시킨 법사위에 “그럼 광고그림 넣자고?”

등록 2015-05-03 16:26수정 2015-05-03 18:01

법안소위, ‘지나친 혐오감 줘선 안 된다’ 단서 조항 달아 통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앞장…“경고그림 비율 축소”도 주장
SNS에 “세수 때문에?” 등 비판 봇물…“법사위 월권” 지적도
왼쪽부터 호주의 대만의 담뱃갑.
왼쪽부터 호주의 대만의 담뱃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가 1일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에 ‘지나친 혐오감을 줘선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통과시키자 법안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 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민건강 증진법 개정안’은 담배 제조사가 담뱃갑 앞뒷면의 50% 이상을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로 채우되 경고그림의 비율이 30%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2월 국회에서도 담뱃갑 경고그림 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했는데 유독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만 “담배를 피울 때마다 흉측한 그림을 봐야 하는 것은 행복추구권 침해”라고 반대해 법안심사 소위로 넘어갔다. 김 의원은 1일 법안심사 소위에서도 ‘경고그림 비율을 20%로 낮추고 단서조항을 달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원안 통과를 원했지만 논란 끝에 ‘경고그림 비율 30%’를 유지하되 “경고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하는 쪽으로 조정됐다.

소위의 이런 결정이 보도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혐오감 없으면 경고그림이냐 광고그림이지” “혐오 그림을 넣으면 세수가 줄어들까봐 그렇다” “담배를 사서 피우려다가 혐오 그림을 보고 자극이 돼 금연으로 이어지는 게 목적인데 혐오 그림을 빼겠다? 이 자체가 모순” 등의 비판적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담뱃갑 경고그림 법안의 목적은 폐암·후두암 등 흡연의 폐해를 담은 그림을 넣어 흡연 욕구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2000년에 세계 최초로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정책을 도입한 캐나다에선 제도를 도입한 뒤 6년 만에 6%포인트, 2002년에 도입한 브라질은 1년 만에 흡연율이 8.6%포인트 떨어졌다. 경고그림은 지난해까지 77개국에서 시행하는 대표적인 비가격 금연 정책이다.

무엇보다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단서 조항을 덧붙인 건 월권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법을 보면, 법사위는 소관 상임위에서 심사를 마친 법안이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지, 용어가 적절한지 등을 심사한다. 법안의 본질적 내용을 수정하는 건 법사위의 일이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법사위가 법률안의 내용까지 심의하고 수정한다면 소관 상임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법사위의 월권행위를 국회 차원에서 정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1일 보도자료로 밝혔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3일 “경고그림이 담배가 일으키는 끔찍한 현실을 알려야 한다는 게 법안의 목적인데 혐오감을 주지 않고 폐암이나 후두암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사위는 법안 용어의 적절성을 다루는 곳인데, 법사위에서 추가한 ‘지나친 혐오감’이라는 용어는 오히려 법률적으로 판단하기 더 모호할 수 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단서 조항을 빼야 한다”고 짚었다.

담뱃갑 경고그림 법안은 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된 뒤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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