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부터 ‘가정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시작되지만 여전히 호스피스란 개념조차 낯설어하는 이들이 많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15년 죽음의 질 지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80개국 가운데 18위다. 5년 전인 2010년(40개국 중 32위)보다 전체 순위가 올랐지만, 연간 사망자 가운데 완화의료(호스피스)를 받은 비율은 5.6%(33위)에 그친다. 호스피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인프라가 부족한 데서 비롯한 결과로 풀이된다. 가정 호스피스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말기 폐암을 앓고 있는 오덕진 할머니가 24일 대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충남대병원 가정호스피스팀의 김은숙 간호사와 인사하고 있다. 대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호스피스는 무엇인가? 어떤 형태가 있는가?
수술과 항암치료로는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는 말기 암환자들에게 통증 및 증상 완화, 심리적 안정, 임종에 대한 준비 등을 함께 하는 완화의료를 가리킨다. 주로 여명이 6개월 이내인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의사와 간호사 외에도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이 한 팀을 이룬다.
크게 입원형 호스피스와 가정형 호스피스, 자문형 호스피스로 구분된다. ‘입원형’은 호스피스 전용 병동에서 지내는 것을 말하며, ‘자문형’은 일반 병동의 환자들을 위해 호스피스 서비스를 일부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정형’은 환자의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자택 외에 요양시설 등 환자가 거주하는 장소에서 받는 것까지 포함할 수 있다.
가정 호스피스의 장점은 무엇인가?
가정은 환자가 가장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식사시간, 수면시간 등 공동생활에 따른 일과를 따라야 하는 병원과 달리, 환자가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조용히 잘 수 있기 때문이다. 간병인 없이 가족이 환자를 돌보는 경우, 가족 입장에서도 병원에서 쪽잠을 자는 대신 집에서 간병하는 것이 더 수월할 수 있다. 2012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말기 및 진행 암환자 465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의 75.9%가 가정에서 지내고 싶어했다.
시범사업에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
서울성모병원, 충남대병원 등 시범사업을 하는 전국 17개 의료기관(표 참조)을 통해서 등록하면 된다. 대상은 말기암 환자다. 지난달 8일 국회를 통과한 ‘웰다잉법’(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내년 8월부터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과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로까지 확대된다.
비용은 얼마나 드나?
1년간 시범사업을 해본 뒤 수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의 경우 보건복지부는 한달 환자 부담료를 대강 5만원 정도로 제시했다. 의료진 1회 방문당 5천원(간호사 단독 방문 시)~1만3천원(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모두 방문 시)이다. 한달 5만원은 전담간호사 8회, 의사 1회, 사회복지사 1회 방문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가정 방문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는 간호, 처치, 의사진료·처방, 심리치료·상담, 의료장비 대여 등의 서비스를 받게 된다. 주 2회가 기본이지만 환자 상태가 안 좋으면 횟수를 늘릴 수 있다. 집에서 통증 조절이 어려울 때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입원할 수도 있다. 의사가 환자의 임종을 직접 볼 때는 방문료의 30%가 가산된다.
가정 호스피스의 단점이나 주의할 점은?
방이 너무 좁거나 환기가 잘 안되는 등 환자를 돌보기에 적당하지 않으면 가정 호스피스를 받기 곤란하다. 간병을 누가 할지도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하루종일 환자를 돌볼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가족 중 누군가가 맡거나 간병인을 고용해야 한다. 현재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경우에만 간병인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된다. 가정 호스피스를 시행하는 의료기관과 집이 너무 먼 거리에 있는 경우도 제약이 있다. 현실적으로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안에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도움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충남대병원, 국립암센터,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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