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총괄운영을 맡고 있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 ‘여성의 아름다운 가슴의 조건’에 대해 쓴 문서가 확인돼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나라에서 관리하는 건강·질병 관련 누리집이다.
‘국가건강정보포털’ 누리집을 보면, 최근까지 여성의 가슴이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이상적”인지에 대해 나열하는 문서가 작성 및 공개되어 있었다. “가슴은 우리 여성들의 신체 중에서 (…) 남편에게는 애정을 나누어주는 곳”이라고 시작하는 이 문서는 “한국인에 있어서 아름다운 가슴은 대략 한쪽에 250㏄ 정도의 크기”, “쇄골의 중심과 유두 간의 거리는 18~20㎝”, “양쪽 유두 사이의 거리는 18~22㎝ 정도가 좋다”와 같이 구체적인 수치를 나열하고 있다. 또 “유륜의 직경은 4㎝를 넘지 않아야 하며 유두가 살짝 올라간 모양이고 그 색깔은 연한 적색을 띠는 것이 보기 좋다”라고 쓰고 있다. 글뿐 아니라 여성의 이상적인 가슴의 수치와 각도를 나타내 명시한 그래픽까지 함께 올라와 있다.
이 문서 항목은 2010년 3월 8일 작성됐고, 2013년 11월 12일까지 업데이트를 한 기록이 있다. 작성 및 감수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이름으로 되어 있다. SNS상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보건복지부는 4일 오전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 이 문서를 삭제했다.
누리꾼들은 “국가가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적시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제각각인 몸을 두고 특정한 수치가 “아름답다”고 국가에서 정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신체의 성적 대상화가 여성에게 한정되는 점을 두고 트위터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알려주는 아름다운 페니스의 길이, 지름, 경도, 색깔 아주 기대한다”(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국가건강정보포털’의 다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건강·질병 검색을 성별로 나눠 할 수 있는데, 여성 항목에는 피임과 불임이 있지만 남성에게는 관련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임과 불임은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편집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에서는 “문제가 된 문서를 삭제 조처했으며,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실린 1300여종의 정보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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