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 강추위가 예상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가 저체온증·동상 등 한랭질환 예·경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경보가 발효되면 고령자는 외출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난 겨울에 발생한 한랭질환자 10명 중 4명꼴은 ‘무직’ 상태로 빈곤층인 것으로 추정된다.
23일 질병관리본부(질본)는 “라니냐와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 한파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상청의 기상전망을 근거로 한랭질환 예·경보제를 시범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최근 3년간 한랭질환자 발생 현황을 보면 2013년 259명에서 2014년 458명으로 늘었고, 2015년에도 483명에 달했다. 2년새 두배 가까이 질환자가 늘었다.
질본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집계한 한랭질환 세부 현황을 보면, 전체 한랭질환자 483명 중 저체온증이 384명, 동상이 89명 등이었다. 남성이 346명(72%)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연령별로는 50대(118명·24%)가 가장 많았다. 한랭질환자의 상당수는 무직으로 빈곤상태에 처한 이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숙인을 제외한 무직자가 201명(42%)이나 된다. 실제로 한랭질환자 중에선 의료급여 수급자가 94명이었다. 또 한랭질환은 실외에서만 걸리는 것은 아니다. 발생장소별로 보면, 집(82명)을 포함한 실내에서 한랭질환에 걸린 이들이 114명(24%)이나 됐다. 전체 한랭질환자 중 사망자는 26명이었다.
질본은 “한랭질환 경보가 발효되는 날은 한파에 취약한 고령자와 독거노인은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노숙인은 한랭질환 발생 때 즉시 응급조처를 받을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 만성질환(고혈압·심장병 등)을 가진 어르신의 경우에도 따뜻한 옷을 입고 무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파에 대비하기 위해, 실내에선 적정온도(18~20도)를 유지하고 외출 전에는 체감온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내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약 2.4도의 보온 효과를 낼 수 있다. 속옷은 촉감이 부드럽고 흡수성이 우수한 소재, 바지는 밑단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것을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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