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사진 가운데 똑같다고 지적된 사진들. 크기만 다를 뿐 3번과 8번(위), 9번과 11번(아래) 줄기세포가 똑같아 보인다.
외국 조사착수 이어 서울대교수들·소장연구자 “자체 검증해야”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를 둘러싼 여론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피디수첩’을 향해 쏟아지던 비난 일변도의 여론과 보도에서 황 교수 연구논문의 진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인터넷 여론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4일 YTN이 안규리 서울대 교수와 윤현수 한양대 교수와 함께 미국을 방문해 연구원들에 대한 인터뷰를 내보내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란이 문화방송 피디수첩쪽의 ‘비윤리적 취재’에 대한 비난으로 집중됐다. 들끓는 비난여론에 문화방송은 대국민 사과와 피디수첩의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연구실을 떠난 황 교수에 대한 범국민적 응원과 연구실로 돌아와달라라는 촛불시위와 여성들의 난자 기증모임이 출범했다. 황 교수는 초췌한 모습으로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
비윤리적 취재를 한 피디수첩에 대한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황우석 교수 논문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도 잇따라 터져나왔다. 인터넷에서 일방적이던 여론도, 새로 드러난 의혹 앞에서 ‘검증 필요성’으로 물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누리꾼 위주로 일방적으로 형성되던 여론이 생명과학 관련 소장 연구자들의 참여로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일반 포털에서와 달리, 생명과학 석박사급 연구자들이 주로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생명과학 분야 연구정보 공유 사이트에서는 황우석 교수 논문에 대해 ‘심각한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 교수들 30여명도 비슷한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대학교가 자체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총장에게 건의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황우석 교수는 여전히 공식적 언급이 없다.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위를 둘러싸고 달라지고 있는 움직임들을 묶었다.
생명과학 연구자들의 의심 …“과학은 검증으로 밝혀지는 것”
생명과학 분야 석·박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생물학연구정보센터(gene.postech.ac.kr)와 과학기술인연합(www.scieng.net)에서는 피디수첩 보도 이후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드러난 의혹에 대해 토론을 벌여오다 의혹 해소를 위해선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9일 인터넷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다음카페에 ‘젊은이공계인들의모임’(cafe.daum.net/youngscieng)을 만들어 이공계 연구자를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나섰다. 서명결과는 청와대, 과학기술부, 한림원 등에 제출될 계획이다. 서울대 생명과학 분야 교수 30여명이 8일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제출한 건의문에 이어 관련분야 석·박사급 연구자들도 서명운동으로 검증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와 과학기술인연합 사이트는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첨부자료에 실린 배아줄기세포의 사진이 중복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황 교수쪽이 관련 데이터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이언스>가 이 자료의 중복경위 조사에 나서도록 하는 데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소장 연구자들은 이 곳을 통해 황 교수 논문에서 달라야 할 환자의 머리카락 디엔에이 세포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의 디엔에이 지문이 같아 해명이 필요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이 인터넷에서 제기한 의혹은 네이처에서 제기하고 서울대 교수들의 건의문에서 문제삼은 의혹과 대부분 일치한다. ‘젊은이공계인들의모임’은 서명을 위한 글에서 “존경해 온 과학자가, 그의 논문에서 비롯된 의문점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지 아니하고, 변명을 앞세우거나 국민의 감정에 호소하여 다소 정치적인 방법으로 회피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이러한 현실은, 오늘도 연구실 구석에서 오직 진리탐구의 열정 하나로 젊음을 불사르는 후학들에게는 전혀 바람직한 본보기가 될 수 없습니다”라며 “요즈음 이공계 후배들의 연구 의욕을 앗아가는 것은 PD 수첩의 보도도, 새튼 교수의 배신도 아닙니다. 과학자가 스스로 과학을 저버리는 작금의 상황입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언제까지 구경만 할 수는 없다”며 “서명운동을 벌여, 과학자 스스로의 목소리로 황연구팀의 연구검증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서명 운동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서명운동 목적이 황 연구팀의 연구를 부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황연구팀이 연구와 관련된 의문을 모두 해소하고 진실성을 증명하여, 떳떳하고 자랑스런 연구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황우석 교수와 서울대 생명과학 관련 교수들의 태도 한편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황우석 교수는 일체의 언론 접촉을 않고 있으나, 황우석 교수팀은 이러한 검증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황 교수쪽이 내세우는 검증 거부의 논리는 △전문적인 과학자들의 실험을 비전문가인 언론이 검증하게 하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자존심의 문제다 △세계 최고 귄위의 <사이언스>가 검증하고 게재한 논문을 다시 검증하겠다고 할 경우, <사이언스>의 귄위를 무시하게 된다 △과학적 연구의 진위를 후속연구를 통해 입증되는 것이니, 이후 발표될 연구를 통해 입증해내겠다 등이다. 이런 황 교수쪽의 주장에 대해 서울대 생명과학 관련 교수 30여명은 8일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보내는 건의문을 통해서 서울대가 대학 차원에서 과학진실성 위원회를 구성하여 황 교수팀의 논문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재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수들은 이 방법만이 “앞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수행되는 모든 연구가 국제적 신뢰를 잃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며 “이미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외면한다면 해당 연구자의 소속기관인 서울대학교의 공신력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수행되는 연구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건의문에서 교수들은 황 교수의 논문에서 드러난 의혹이 ‘심각한’ 상황으로 “관련 전문가로서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이나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검증에 나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 건의문에서 “황 교수팀의 논문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단순한 편집상의 오류라고 보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한다”며 “줄기세포 사진뿐 아니라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 분석 데이터 중 상당수가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학은 진실만이 생명”이라며 “지금 우리가 침묵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과학이 국제적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미 네이처 등에서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한 상황이며, 피츠버그 대학에서도 과학진실성위원회를 가동하여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당사자인 서울대의 자체 조사를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궁지 몰렸던 문화방송, 피디수첩 “사과와 별개로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자신감 이번 논란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여겨지는 MBC와 ‘PD수첩’쪽의 대응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문화방송 노조는 8일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피디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에 대한 사과와 사실 보도에 대한 내용을 분리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PD수첩과 관련된 보수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앞만 보고 내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은 보수언론의 여론몰이는 결국 자신에게 향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은 “논문의 진위 의혹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수면 아래 감춰져 있을 뿐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제기되는 의혹은 투명하게 규명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피디수첩 취재를 담당해온 한학수 피디도 7일 MBC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취재윤리를 어긴 부분은 사죄하지만 취재과정상의 잘못이 진실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현재까지 취재한 바로는 환자의 줄기세포가 1개라도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한 피디는 “YTN에서 보도한 것처럼 ‘황우석 교수를 죽이러 왔다’고 발언하지 않았다”며 “김선종 연구원은 나에게 세 번씩이나 자신의 신원을 보호해 줄 수 있느냐고 확인하고 나서 ‘중대증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황 교수의 연구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것이며, 이에 대해 언론사에서 취재하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때 이를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난자 관련 방송 이후 황우석 교수가 해명 기자회견을 했지만 해명내용이 중대한 거짓을 포함하고 있다는 증거와 증언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피디는 “취재한 내용은 ‘이 정도에서 대충 묻혀도 좋은 사안’이 아니”라면서 “많은 의문점들이 있겠지만 이는 진실이 밝혀지는 날 함께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재내용을 확신했다. 영국 네이처, 미국 피츠버그대 `황교수 논문' '의혹' 미국의 <사이언스>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영국의 <네이처>도 황 교수 연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처>는 지난 6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지난달 난자의 출처와 관련해 거짓말을 한 사실을 시인한 황 교수가 이제는 과학적 데이터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에 직면하고 있다”며 황 교수가 사이언스 논문에 2차례의 중대한 수정을 가한 사실과 MBC가 의뢰한 실험에서 논문의 데이터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황 교수팀은 모든 세포들이 다양한 세포 유형으로 분화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통과한 것은 11개 세포주가 아니라 3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네이처는 황 교수 논문과 관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일본 교토대 나카쓰지 노리오 교수의 말을 인용해 “다양한 설명을 할 수 있지만 배아줄기 세포주가 대체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논문만 봐서는 데이터가 진짜인지 아닌지 여부를 알아낼 길이 없다”고 보도했다. 미 피츠버그대학도 황 교수 논문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피츠버그대학은 황 교수와 재럴드 섀튼 교수(피츠버그대)가 공동 저자로 올라 있는 <사이언스> 논문에 대한 엄격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8일(현지시각) <피츠버그가제트>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서 레빈 부총장은 “새로운 기술적 문제들이 이번주에 제기된 뒤 조사를 (연구윤리국에) 요청했다”며 “이 조사는 논문의 잘못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과학계와 대중들이 (논문을 둘러싼 논란에) 너무 큰 관심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논문의 과학적 결론이 손상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인 더필드 피츠버그대 대변인은 “이번 조사는 섀튼 교수가 요청해 이뤄지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레빈 부총장은 “일반인들과 과학계에 (연구성과를) 재확인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과학적 투명성을 획득하는 것”이라며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과학적 데이터를 검증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피츠버그대학에서 섀튼 교수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선종·박을순씨 등 한국인 연구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레빈은 “이번 조사는 미 국립보건원이 과학적 잘못을 조사할 때 사용하는 엄격한 과정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이언스> 논문에 4장의 중복 사진이 실린 것과 관련해 “사진 원판들은 한국 황 박사 연구실의 대학원생에 의해 준비되어 섀튼 교수에게 넘겨졌다. 그러나 실수가 한국과 피츠버그 어디서 일어났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더이상 국내에서 ‘다음 연구로 입증’ 덮을 수 있는 시점 넘어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에 대해 일방적이던 여론에 변화가 생기게 된 데에는 앞서 살핀 것처럼 몇 가지 계기들이 있다. 논란이 진행되면서 새로이 밝혀진 의혹과 사실들도 있지만, 주요한 변화는 새로이 드러난 사실 앞에서 소장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덮고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교수들 건의문에서처럼 현재 한국 과학계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 과학계가 과학적 방법으로 입증해야 할 의혹에 대한 검증을 외면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고립되거나 무시당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서울대 교수들에 이어 황우석 논란을 조용히 지켜보던 소장 연구자들이 서명운동을 벌이며 황 교수 연구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배경은 한국에서 과학적 연구에 대한 검증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채 외국에 의해 그 진위 여부가 결정날 경우 한국 과학계 전체가 위기에 처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드러난 몇 가지 실수와 의혹으로 인해 네이처와 사이언스, 피츠버그대 등이 나섬을 통해 더이상 한국만의 일이 아니게 된 이번 사안 앞에서 ‘검증은 없다’고 외치는 게 국내외 의혹을 가라앉히고 다음 연구성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미 해외에서 공론화 된 상황에서 “내년 봄 발표될 연구물로 입증하겠다”는 발표가 해결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배경이 생명과학 분야 소장 연구자들과 서울대 교수들의 건의문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생명과학 분야 석·박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생물학연구정보센터(gene.postech.ac.kr)와 과학기술인연합(www.scieng.net)에서는 피디수첩 보도 이후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드러난 의혹에 대해 토론을 벌여오다 의혹 해소를 위해선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9일 인터넷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다음카페에 ‘젊은이공계인들의모임’(cafe.daum.net/youngscieng)을 만들어 이공계 연구자를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나섰다. 서명결과는 청와대, 과학기술부, 한림원 등에 제출될 계획이다. 서울대 생명과학 분야 교수 30여명이 8일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제출한 건의문에 이어 관련분야 석·박사급 연구자들도 서명운동으로 검증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와 과학기술인연합 사이트는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첨부자료에 실린 배아줄기세포의 사진이 중복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황 교수쪽이 관련 데이터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이언스>가 이 자료의 중복경위 조사에 나서도록 하는 데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소장 연구자들은 이 곳을 통해 황 교수 논문에서 달라야 할 환자의 머리카락 디엔에이 세포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의 디엔에이 지문이 같아 해명이 필요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이 인터넷에서 제기한 의혹은 네이처에서 제기하고 서울대 교수들의 건의문에서 문제삼은 의혹과 대부분 일치한다. ‘젊은이공계인들의모임’은 서명을 위한 글에서 “존경해 온 과학자가, 그의 논문에서 비롯된 의문점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지 아니하고, 변명을 앞세우거나 국민의 감정에 호소하여 다소 정치적인 방법으로 회피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이러한 현실은, 오늘도 연구실 구석에서 오직 진리탐구의 열정 하나로 젊음을 불사르는 후학들에게는 전혀 바람직한 본보기가 될 수 없습니다”라며 “요즈음 이공계 후배들의 연구 의욕을 앗아가는 것은 PD 수첩의 보도도, 새튼 교수의 배신도 아닙니다. 과학자가 스스로 과학을 저버리는 작금의 상황입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언제까지 구경만 할 수는 없다”며 “서명운동을 벌여, 과학자 스스로의 목소리로 황연구팀의 연구검증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서명 운동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서명운동 목적이 황 연구팀의 연구를 부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황연구팀이 연구와 관련된 의문을 모두 해소하고 진실성을 증명하여, 떳떳하고 자랑스런 연구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황우석 교수와 서울대 생명과학 관련 교수들의 태도 한편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황우석 교수는 일체의 언론 접촉을 않고 있으나, 황우석 교수팀은 이러한 검증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황 교수쪽이 내세우는 검증 거부의 논리는 △전문적인 과학자들의 실험을 비전문가인 언론이 검증하게 하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자존심의 문제다 △세계 최고 귄위의 <사이언스>가 검증하고 게재한 논문을 다시 검증하겠다고 할 경우, <사이언스>의 귄위를 무시하게 된다 △과학적 연구의 진위를 후속연구를 통해 입증되는 것이니, 이후 발표될 연구를 통해 입증해내겠다 등이다. 이런 황 교수쪽의 주장에 대해 서울대 생명과학 관련 교수 30여명은 8일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보내는 건의문을 통해서 서울대가 대학 차원에서 과학진실성 위원회를 구성하여 황 교수팀의 논문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재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수들은 이 방법만이 “앞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수행되는 모든 연구가 국제적 신뢰를 잃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며 “이미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외면한다면 해당 연구자의 소속기관인 서울대학교의 공신력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수행되는 연구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건의문에서 교수들은 황 교수의 논문에서 드러난 의혹이 ‘심각한’ 상황으로 “관련 전문가로서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이나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검증에 나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 건의문에서 “황 교수팀의 논문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단순한 편집상의 오류라고 보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한다”며 “줄기세포 사진뿐 아니라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 분석 데이터 중 상당수가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학은 진실만이 생명”이라며 “지금 우리가 침묵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과학이 국제적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미 네이처 등에서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한 상황이며, 피츠버그 대학에서도 과학진실성위원회를 가동하여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당사자인 서울대의 자체 조사를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궁지 몰렸던 문화방송, 피디수첩 “사과와 별개로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자신감 이번 논란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여겨지는 MBC와 ‘PD수첩’쪽의 대응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문화방송 노조는 8일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피디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에 대한 사과와 사실 보도에 대한 내용을 분리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PD수첩과 관련된 보수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앞만 보고 내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은 보수언론의 여론몰이는 결국 자신에게 향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은 “논문의 진위 의혹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수면 아래 감춰져 있을 뿐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제기되는 의혹은 투명하게 규명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피디수첩 취재를 담당해온 한학수 피디도 7일 MBC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취재윤리를 어긴 부분은 사죄하지만 취재과정상의 잘못이 진실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현재까지 취재한 바로는 환자의 줄기세포가 1개라도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한 피디는 “YTN에서 보도한 것처럼 ‘황우석 교수를 죽이러 왔다’고 발언하지 않았다”며 “김선종 연구원은 나에게 세 번씩이나 자신의 신원을 보호해 줄 수 있느냐고 확인하고 나서 ‘중대증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황 교수의 연구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것이며, 이에 대해 언론사에서 취재하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때 이를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난자 관련 방송 이후 황우석 교수가 해명 기자회견을 했지만 해명내용이 중대한 거짓을 포함하고 있다는 증거와 증언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피디는 “취재한 내용은 ‘이 정도에서 대충 묻혀도 좋은 사안’이 아니”라면서 “많은 의문점들이 있겠지만 이는 진실이 밝혀지는 날 함께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재내용을 확신했다. 영국 네이처, 미국 피츠버그대 `황교수 논문' '의혹' 미국의 <사이언스>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영국의 <네이처>도 황 교수 연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처>는 지난 6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지난달 난자의 출처와 관련해 거짓말을 한 사실을 시인한 황 교수가 이제는 과학적 데이터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에 직면하고 있다”며 황 교수가 사이언스 논문에 2차례의 중대한 수정을 가한 사실과 MBC가 의뢰한 실험에서 논문의 데이터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황 교수팀은 모든 세포들이 다양한 세포 유형으로 분화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통과한 것은 11개 세포주가 아니라 3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네이처는 황 교수 논문과 관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일본 교토대 나카쓰지 노리오 교수의 말을 인용해 “다양한 설명을 할 수 있지만 배아줄기 세포주가 대체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논문만 봐서는 데이터가 진짜인지 아닌지 여부를 알아낼 길이 없다”고 보도했다. 미 피츠버그대학도 황 교수 논문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피츠버그대학은 황 교수와 재럴드 섀튼 교수(피츠버그대)가 공동 저자로 올라 있는 <사이언스> 논문에 대한 엄격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8일(현지시각) <피츠버그가제트>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서 레빈 부총장은 “새로운 기술적 문제들이 이번주에 제기된 뒤 조사를 (연구윤리국에) 요청했다”며 “이 조사는 논문의 잘못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과학계와 대중들이 (논문을 둘러싼 논란에) 너무 큰 관심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논문의 과학적 결론이 손상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인 더필드 피츠버그대 대변인은 “이번 조사는 섀튼 교수가 요청해 이뤄지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레빈 부총장은 “일반인들과 과학계에 (연구성과를) 재확인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과학적 투명성을 획득하는 것”이라며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과학적 데이터를 검증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피츠버그대학에서 섀튼 교수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선종·박을순씨 등 한국인 연구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레빈은 “이번 조사는 미 국립보건원이 과학적 잘못을 조사할 때 사용하는 엄격한 과정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이언스> 논문에 4장의 중복 사진이 실린 것과 관련해 “사진 원판들은 한국 황 박사 연구실의 대학원생에 의해 준비되어 섀튼 교수에게 넘겨졌다. 그러나 실수가 한국과 피츠버그 어디서 일어났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더이상 국내에서 ‘다음 연구로 입증’ 덮을 수 있는 시점 넘어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에 대해 일방적이던 여론에 변화가 생기게 된 데에는 앞서 살핀 것처럼 몇 가지 계기들이 있다. 논란이 진행되면서 새로이 밝혀진 의혹과 사실들도 있지만, 주요한 변화는 새로이 드러난 사실 앞에서 소장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덮고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교수들 건의문에서처럼 현재 한국 과학계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 과학계가 과학적 방법으로 입증해야 할 의혹에 대한 검증을 외면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고립되거나 무시당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서울대 교수들에 이어 황우석 논란을 조용히 지켜보던 소장 연구자들이 서명운동을 벌이며 황 교수 연구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배경은 한국에서 과학적 연구에 대한 검증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채 외국에 의해 그 진위 여부가 결정날 경우 한국 과학계 전체가 위기에 처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드러난 몇 가지 실수와 의혹으로 인해 네이처와 사이언스, 피츠버그대 등이 나섬을 통해 더이상 한국만의 일이 아니게 된 이번 사안 앞에서 ‘검증은 없다’고 외치는 게 국내외 의혹을 가라앉히고 다음 연구성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미 해외에서 공론화 된 상황에서 “내년 봄 발표될 연구물로 입증하겠다”는 발표가 해결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배경이 생명과학 분야 소장 연구자들과 서울대 교수들의 건의문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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