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과대학 창문의 연구원들. 노정혜 연구처장이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없다고 발표한 가운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창문에 기댄 채 휴식하고 있다./최재구/사회/과학/2005.12.29 (서울=연합뉴스) jjaeck9@yna.co.kr
도쿄대 ‘네이처’ 논문 재현못한 교수 징계…문부성, 연구현장 감시 제도화
파이낸셜타임스 “황교수 조작 전세계에 과학에 대한 인식 악영향”
미국 신문 사설 “황 교수 부정직, 환자들에게 특별한 고통 안겨줘” 비판
파이낸셜타임스 “황교수 조작 전세계에 과학에 대한 인식 악영향”
미국 신문 사설 “황 교수 부정직, 환자들에게 특별한 고통 안겨줘” 비판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과 기만으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황우석 파동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외국들의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고 있다. 일본 도쿄대는 <네이처>에 실린 자신의 논문에 대해 일정 기간내 실험으로 재현해내지 못한 권위있는 교수에 대해 징계를 결정했다. 또 일본 문부과학성은 과학자들의 연구 현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처벌 조항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각 대학·연구기관에 부정고발 창구 설치를 추진하고 내부조사를 감시하는 특별위원회를 문부과학성 산하에 두기로 했다. 한편 황우석 논문 조작을 바라보는 세계의 언론들은 이를 한국만의 논문 조작 문제가 아닌 전세계 과학계에 대한 대중적 신뢰와 난치병 환자들과 관련된 문제라며 부정직한 과학적 성과의 공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인디애너폴리스스타 등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한국의 황우석 논문 조작이 해당 연구자와 한국 과학계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과학에 대한 대중적·정치적 인식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거짓에 기초한 그릇된 신념으로 고통을 당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도쿄대 “<네이처> 논문 저자, 재현성 인정못해…징계 의뢰” 일본 도쿄대가 세계적 권위의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입증하지 못한 교수와 연구진을 징계하기로 했다고 일 마이니치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도쿄대 조사위원회는 대학원 공학계 연구과 다이라 가즈나리 교수팀의 리보핵산(RNA) 관련 논문 4편에 대해 실험결과를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요구했으나 데이터를 기한내 제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논문의 재현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고 교수징계위원회에 처분을 의뢰하기로 했다. 다이라 도쿄대 교수는 단백질 합성에 관련된 RNA 연구의 일본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문제가 된 논문 4편은 지난 2003년 6월 <네이처> 등에 실린 것으로 인간의 RNA가 신경세포 형성에 관련된 유전자를 제어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4월 일본 RNA학회가 “실험결과의 재현성에 의심이 든다”며 도쿄대에 조사를 요청한 게 이 사건의 출발이다. 다이라 교수가 소속된 공학계 연구과는 이 요청에 따라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다이라 교수 등에게 논문 4건에 대해 재실험을 실시, 데이터를 보고할 것을 요구했으나 기한내 데이터는 제출되지 않았다. 다이라 교수는 “실험이 쉽지 않다. 기한을 내년말까지로 해줄 것을 대학쪽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 문부과학성, “연구현장 감시 강화, 부정직 연구자 지원자금 회수” 이와 관련해 일 문부과학성은 연구현장의 감시를 강화하고 부정을 한 연구자에게 처벌을 가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각 대학·연구기관에 부정고발 창구 설치를 추진하고 내부조사를 감시하는 특별위원회를 문부과학성 산하에 두기로 했다. 문부과학성은 세금에 의한 연구 부정은 엄중한 처분이 필요하다며 대책을 강구해왔지만, 황우석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문제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부정이 확인된 연구자에 대해서는 연구자금 응모자격을 정지시키며 악질적인 경우엔 이미 받은 연구자금도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8일자 기사를 통해 “연구자에 의한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지금 국가가 제도정비를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세금을 사용한 연구에서 부정이 발생하면 사회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국가의 신용마저도 훼손된다”고 밝히며 정부가 연구 현장의 감시와 논문 조작 처벌에 들어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신문은 미국에는 연구활동을 감시하는 연구공정국을 두고 정부기관이 대응하고 있으며 영국, 독일, 프랑스는 대학이나 학회가 조사의 중심이 된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황교수 조작 전세계에 과학에 대한 인식 악영향”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황우석 교수가 연구원으로부터 난자를 제공받고 논문을 조작했다는 비난이 전세계적으로 과학에 대한 대중적·정치적 인식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황 교수의 논문 조작이 줄기세포 연구 분야와 한국이라는 범위를 넘어 안그래도 열악한 ‘정치와 과학의 관계’에 훨씬 더 큰 해악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황 교수 연구의 경우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유전적 질환자들의 지지 속에 연구성과가 금방 나올 것이라는 인상을 줘왔으나 실제로 이런 재생성 의학은 20년내 성과물을 내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이 신문의 전망이다. 과학자들의 열성과 별개로 과장으로 명성을 얻는다면 연구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수의과대 연구원들. 노정혜 연구처장이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없다고 발표한 가운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 부근에서 관계자들이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고 있다./최재구/사회/과학/2005.12.29 (서울=연합뉴스) jjaeck9@yna.co.kr
미 신문 사설 “황 교수 부정직, 환자들에게 특별한 고통 안겨줘” 비판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발행되는 인디애나폴리스스타는 28일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가 불신당한 만큼 엄격하게 윤리적 문제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줄기세포 스캔들 상처를 남기다’는 사설을 통해 “황교수의 부정직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포함한 보통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공포의 대상이 돼온 질병의 치료법이 가까이 와 있다고 믿도록 했다는 점에서 특히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황우석 교수 파동을 계기로 과학자들이나 과학 잡지의 발행인들은 초기 단계에서 조작을 발견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고안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진화론과 관련된 유명한 논쟁거리였던 '필트다운인'(Piltdown Man) 파동에 비유했다. '필트다운인' 파동이란 1912년 영국에서 발견된 두개골이 원숭이와 현대인의 연결고리인 것으로 각광을 받았다가 1950년대에 이르러 가짜인 것으로 밝혀진 것을 가리킨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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