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8번 환자가 감염 음압 격리실이 마련된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타이(태국)를 여행한 뒤 귀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된 16번째 환자가 증상 발현 이후 접촉한 306명의 대부분은 이 환자가 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의료진이다. 제3국 감염으로 추정되면서 감염 경로가 불명확한 데다 열흘 동안 병원 두곳을 오가면서 접촉한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보건당국이 감염 확산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2살 한국 여성인 16번째 환자에 대한 중간 역학조사 결과, 지난달 27일부터 2월3일까지 전남대병원에서 19명, 광주21세기병원에서 272명, 가족과 친지 15명을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16번째 환자의 접촉자인 동시에 함께 타이 여행에 다녀온 딸(21·18번째 환자)은 이날 오전 양성 판정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동행 가족 3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전남대병원에 입원 중인 16·18번째 환자에 대해 보건당국은 둘다 상태가 양호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19일 귀국한 16번째 환자가 처음 증상을 보인 것은 25일이다. 이 환자는 자가용을 이용해 전남 나주에 있는 부모님댁에 들렀다가 저녁 8시 광주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26일)에는 자택에 머물다가 27일 발열 증상으로 오전 9시 광주 광산구에 있는 광주21세기병원에 방문했다. 이 병원에서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딸과 함께 1인실에 머물다 저녁 6시께 전남대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가 밤 10시 다시 광주21세기병원으로 돌아왔다.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6일 동안은 광주21세기병원에서 나오지 않고 딸 간병과 본인의 폐렴 진료를 받았다. 3일 진료 결과 폐렴 소견 등이 악화되면서 다시 전남대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뒤 검진을 받고 4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달 27일부터 2월3일까지 21세기병원의) 입원환자만 75명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입퇴원, 외래환자 명단을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많은 병원의 특성상 감염되면 상태가 위험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본부장은 “(21세기병원이) 정형외과 전문병원이라 고령의 만성 기저질환자보다는 급성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환자 위험군 분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환자가 확진 전 두차례 들른 전남대병원에서는 응급실에서 선별진료가 이뤄져 접촉자가 19명으로 제한적이었다.
16번째 환자의 감염 경로는 여전히 미궁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타이에 있었을 때 감염됐을 가능성과 국제공항을 통한 감염 가능성 등 다양한 가설을 정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타이 보건당국과 협조해 타이 내 확진자들의 동선과 16번째 환자의 동선을 맞춰보는 등의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광주시와 보건당국은 16·18번째 환자의 접촉자들을 서둘러 격리했다. 이 가운데 21세기병원 환자·의료진 121명 중 3층에 있던 25명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이 병원에 1인1실로 격리됐다. 5~6층 환자 27명은 저위험군으로 분류돼 광주소방학교생활관에 1인1실 격리조치 했다. 나머지는 자가격리됐다. 광주시는 관내 유치원 290곳과 어린이집 1122곳의 휴원을 권고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21세기병원은 현재 병원을 일단 통제하면서 환자에 대한 조사, 노출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에 대해 필요한 검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을 한 공간에 격리시키는 코호트 격리는 아니라고 밝혔다. 1인실 격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외려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17번째 환자(38·한국인 남성)도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뒤 확진되면서 ‘제3국 감염’에 대비한 방역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 환자는 지난달 18~24일 싱가포르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입국했다. 이 환자는 26일 발열 증상이 있어 한양대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검사 및 관리 대상 지침상 중국을 다녀온 것이 아니어서 단순발열로 분류돼 제외됐다. 이후 27일 구리에 있는 삼성서울가정의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29일부터 3일까지 서울아산내과(토평동), 수약국(광진구) 등 모두 병·의원 3곳을 방문했다. 그러다 3일 회사 전체 메일에서 같은 콘퍼런스에 참석한 말레이시아인이 확진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아 양성 판정을 받은 뒤 경기 고양의 명지병원에 입원중이다. 이날 국방부는 17번째 환자와 식사한 해군 군무원을 격리해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본부장은 “현재 환자가 20여명 전후로 발생하는 다른 국가들을 다 같이 (중국처럼) 위험국가로 분류해 관리하기에는 저희가 가진 역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해 위험도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찾겠다”고 밝혔다. 7일부터는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민간 의료기관 50여곳에서도 할 수 있어 하루 2천여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질병관리본부와 전국 18곳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하루 160건 정도만 처리가 가능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