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환자를 안내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1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전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번 감염증의 공식 명칭을 ‘COVID-19’로 결정했지만, 이미 국민들에게 ‘코로나’라는 이름이 익숙하다는 판단에서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영어식 이름이 긴 편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한글 표현을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며 “질병관리본부 건의를 수용해 한글로는 ‘코로나19’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질본 관계자는 “코비드라고 쓰게 되면 국민들이 이번 감염증을 마치 새로운 질환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영문 표기는 ‘COVID-19’ 그대로 쓴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코비드-19는 ‘코로나’(corona), ‘바이러스’(virus), ‘질환’(disease)의 앞글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2019년에서 따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세계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리적 위치, 동물, 개인이나 집단을 지칭하지 않는 이름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정확하거나 낙인을 찍을 수 있는 별칭을 쓰는 걸 막기 위해 (공식)이름을 짓는 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그간 미디어에서 ‘우한 폐렴’이나 ‘우한 바이러스’ 등으로 쓰면서 정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새 이름은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ICTV)가 지난주께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 5월에 새 감염병에 특정 지역이나 집단 등의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게 좋다는 내용을 담아 모범 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돼지 독감’이 대표적으로 피해야 할 이름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이번 감염증의 공식 명칭이 정해지기 전까지 ‘20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라는 임시 이름을 써왔다. 김태형 순천향대 교수(감염내과)는 “일본 뇌염이 정작 일본에선 많이 발생하지 않는데, 일본에서만 주로 관찰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감염병 이름에 특정 지역 등을 피하는 것은 ‘정치적 올바름’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라며 설명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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