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환자를 안내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추운 겨울이 지나면 코로나19의 유행을 촉발한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일까. 전문가들은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대체로 온난한 기후가 감염병 종식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을수록 더 잘 생존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기온이 22~25도에서 38도로 올라갈 경우 바이러스의 생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메르스의 경우 기존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기온과의 연관성이 사스보다 낮았다. 유행 양상도 2002년 12월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사스는 이듬해 여름에 소멸했지만, 2015년 국내에서 확산된 메르스는 5월에 시작해 12월에 끝났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사스와 메르스의 차이점 때문에 코로나19의 계절적 영향이 명확하게 밝혀지긴 이른 시점이지만, 온난한 기후가 감염병 확산을 누그러뜨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언 립킨 미국 컬럼비아대 감염·면역센터소장의 말을 인용해 “(감염병) 대응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고 봄이 일찍 온다면 이달 중순이나 하순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기온이 상승하는 2월 말이면 확산세가 꺾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난 5일 관련 토론회에서 “코로나19의 바이러스는 외피막을 가진 것으로, 가까운 상태에서 전파되도록 진화된 탓에 숙주 사이가 멀면 감염력을 잃는다”며 “이 과정에서 주변 기온이 높아지면 바이러스의 생존은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도 “호흡기 바이러스는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아 날씨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 바 있다.
이런 견해들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피터 호테즈 텍사스 베일러의대 국립열대의약학교 학과장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봄여름에 사태가 잠잠해지리라고 추정하는 건 무모하다”며 “계절적 변동의 근거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전망과 관련해 국내 보건당국은 중국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다. 전병율 차의과대 교수(예방의학)는 “중국 내 신규환자 수와 퇴원환자 수가 같아지는 시점에야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4월말~5월께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행정부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코로나19는 일반적으로 4월에는 사라질 것”이라며 “열기가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를 죽인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