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확진자가 나온 경북 봉화의 푸른요양원. 연합뉴스.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요양원)에서 산발적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이들 시설에 대한 방역이 보건당국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근본적으로 여러명이 한방에서 지내는 다인실 구조인데다 의료진이 아닌 간병인에게 돌봄을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감염 예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고령 어르신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어떻게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것인지가 가장 큰 숙제이고 (앞으로의 확산을 가르는) 관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집단시설도 있지만, 보건당국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각별히 주시하는 이유는 위중한 상태로 갈 가능성이 높은 고령 기저질환자가 다수인 시설이기 때문이다. 앞서 9명의 사망자가 나온 청도대남병원에서도 기저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노인 환자들의 피해가 컸다.
특히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의 경우, 5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에 이은 ‘제3의 집단감염지’로 떠올랐다. 입소자 56명에 종사자 60명이 근무하는 등 116명이 모여 있는 시설에서 전체의 절반 가까운 인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지난 5일 푸른요양원에서 확진된 뒤 김천의료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던 78살 여성 환자가 7일 폐렴으로 숨지기도 했다. 요양시설 가운데 푸른요양원에 이어 두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경산 제일실버타운에서는 7일 입소자 9명 등 17명이 무더기로 확진되면서 보건당국을 긴장시켰다. 2018년 기준 전국 요양시설(3390곳)과 요양병원(1560곳)은 4950곳에 이른다.
요양병원·요양시설이 감염병에 취약한 데는 우선 ‘다인실 구조’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어떤 요양병원에 가보면 병실당 10~20명씩 지내는 곳도 있다”며 “워낙 적은 의료진이 많은 환자를 돌보다 보니 기본적인 손 위생도 지키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도 푸른요양원 감염 사례를 두고 “2m 이내의 근접한 거리를 유지하는 생활밀집시설 중에서도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이 상당히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요양병원의 경우 1~3인실 병상은 2만696개인 것에 견줘 4인실 이상 병상은 25만5953개에 이른다.
여기에 급성기 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요양시설은 비의료진인 간병인과의 접촉이 잦아 외부 감염 요인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엄 교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주된 인력이 간병인인데, 충분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감염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적극적 치료가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보니 증상이 악화될 경우 손쓰기도 어렵다. 환자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가 막판에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옮겨질 때는 이미 대처하기 어려운 단계로 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 시설에 대한 엄격한 출입관리로 추가 감염 확산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출입제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11~12일에 걸쳐 철저한 현장 점검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요양시설을 포함한 사회복지시설 573곳을 예방적 코호트 격리 한다고 이날 밝혔다. 9일부터 22일까지 2주 동안 외부인 면회와 입소자·직원의 외출을 금지해 외부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박수지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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