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120 경기도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옆자리를 비워두고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은 11일 뒤늦게 콜센터와 같은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집중관리 방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이미 지난달부터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왔지만, 여태껏 후속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방역에 협조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날까지 콜센터 여러 곳에서 확진자가 수십명이 나온 대구시의 경우, 지난달 24일 콜센터들에 예방수칙 준수와 재택근무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시가 관리하는 대구컨택센터협회에 등록한 회원사 56곳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확진자 6명이 나온 삼성전자 콜센터는 비회원 콜센터로 제외됐다. 확진자가 늘고 나서야 대구시는 비회원 콜센터들에도 회원 콜센터와 같은 수준으로 방역 조처를 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콜센터 집단감염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아온 것은 방역당국도 마찬가지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을 계기로 ‘고위험 사업장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낼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사업장 유형별 감염관리 지침을 마련해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부처별로 대표적인 고위험 사업장과 직종이 어떤 것인지 제출하고 관리해달라고 했다”며 “감염 위험이 높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원과 노래방, 피시방, 클럽, 스포츠센터 등이 콜센터처럼 비말(침방울) 감염 우려가 있고 밀집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고위험 사업장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날 각 통신사 고객센터 본부장들을 만나 집단감염 상황 대비 매뉴얼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경우, 콜센터 직원 6천명 가운데 희망자 1500명가량(25%)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엘지유플러스도 채팅상담팀에 한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대구지역 직원은 출퇴근 시간을 1시간씩 단축한다. 금융당국 역시 각 금융협회와 만나 콜센터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재택 유연근무 등에 따른 보안 대책 등을 논의했다.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는 재택근무 시스템을 구축해 2~3주 뒤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이 검토하는 가이드라인에는 가능한 한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사무실 근무가 불가피하다면 좌석 간격을 조정해 밀집도를 낮추고 침방울 등에 노출되는 사무공간이나 기자재 표면을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 사업장 내 보건관리자를 지정해 주기적 환경 소독과 환기, 1일 2회 발열·호흡기 증상 확인, 종사자·이용자의 방문과 증상 발현 이력 관리 등을 하도록 조처할 계획이다. 발열과 기침 등 유증상자가 출근하지 않을 때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직원 감염을 예방할 만한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영세한 사업자도 재택·유연 근무 등을 이용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안을 마련해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자동차보험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운전자가 블랙박스 설치 등 안전 관련 노력을 했을 때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처럼, 이런 행동을 선제적으로 유도하도록 기업이 감염 예방 노력을 했을 때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수지 김영동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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