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산 일회용 생리대 ‘나트라케어’를 국내로 수입·판매해온 업체가 11년 동안 ‘소재부터 제조공정까지 모두 화학성분을 배제했다’고 거짓 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트라케어 18개 제품에 쓰인 접착제는 광고처럼 식물 성분이 아니라 화학합성 성분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위광고와 함께 식약처에도 허위 품목신고를 한 해당 업체를 검찰에 송치했다.
식약처는 7일 “나트라케어 수입·판매자 ㄱ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나트라케어 패드 및 팬티라이너 전 품목에 대해 약사법 위반으로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정처분의 구체적 내용은 추후 결정된다.
식약처가 밝힌 조사 결과를 보면, 나트라케어 수입·판매 업체는 18개 제품 품목신고 자료에 녹말 성분인 ‘초산전분’을 접착제에 쓰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한 것은 ‘스티렌 블록공중합체’라는 합성고무의 일종이자 일회용 생리대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화학합성 성분이었다. ㄱ씨의 업체는 광고에서도 2006년부터 11년 넘게 ‘식물성분 접착제, 녹말풀 100%’라고 거짓말을 하며 모두 1340만팩 408억원 상당의 제품을 판매했다.
이 업체는 생리대 방수층 성분도 실제로는 바이오필름인데 폴리에틸렌필름이라고 허위 신고했다. 바이오필름은 새로 개발된 것이라 식약처의 안전성 유효성 심사를 따로 받아야 해, 기존에 사용하던 물질로 허위 신고했을 거란 게 식약처의 추정이다. 이 업체는 접착제 제조원을 시험성적서 제출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새로운 곳으로 도중에 바꾸고도 변경 사실을 식약처에 알리지 않았다가 이번에 들통이 났다.
식약처는 그동안 허위 신고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해당 업체가 신고 서류를 감쪽같이 위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내부 제보로 시작된 것으로, 문제의 수입·판매 업체는 영국 본사 대표의 서명을 위조해 신고 서류를 작성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나트라케어 영국 본사로부터 ‘허위 신고서 작성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서명 위조가 맞다는 감정 결과도 받아 검찰에 넘겼다.
다만, 식약처는 나트라케어에 쓰인 스티렌 블록공중합체와 바이오필름이 일반적인 생리대 원료로 인체에 유해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 터라 소비자들의 불안이 쉽게 가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ㄴ씨는 “자연성분 광고만 믿고 수년째 국산이 아닌 조금 더 비싼 나트라케어만 써왔는데 헛일이었다”며 “거짓 광고가 11년 넘게 걸러지지 않을 정도면 생리대를 살 때마다 커버, 흡수체, 샘 방지 날개에 어떤 성분이 쓰였는지 꼼꼼히 확인한들 소용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나트라케어 누리집은 허용 접속량을 초과해 멈췄고 온라인 공식몰에는 소비자들의 환불·반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나트라케어 쪽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유기농이라는 광고가 맞는지 사전에 점검하지 않고 사후에나 제보를 받아 확인한 것에서 생리대 안전성 관리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며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다른 일회용 생리대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여성환경연대 연구 의뢰를 받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이 국내 다판매 일회용 생리대 10종을 조사해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직후, 나트라케어는 한때 일부 국외 직구 사이트에서 품귀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식약처는 2018년 생리대에 존재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과 다이옥신, 퓨란 등 발암물질 독성을 측정해보니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거나 검출되더라도 안전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환경부가 여성 2만여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는 올해 말까지 진행된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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