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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세계 과학계는 왜 황 교수의 ‘거짓 논문’에 넘어갔나

등록 2006-01-11 17:17수정 2006-01-12 10:54

황우석 교수.
황우석 교수.
10일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로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가 복제개 스너피를 빼고는 대부분 조작과 거짓임이 드러났다.

“황 교수팀에는 줄기세포가 전혀 없고, 이를 만들 ‘원천기술’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조사위의 발표에 황 교수를 믿고 성원해온 시민들과 과학계는 세기적 과학 사기극 앞에서 충격과 배신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황 교수의 조작과 기만으로 충격에 빠진 이는 국내의 과학계와 시민만이 아니다. 세계 과학계와 언론은 이를 “과학사상 최대의 사기극”(CNN 등)으로 지칭하며,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결과에 신뢰와 상찬을 늘어놓던 세계 과학계 석학들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는 어떻게 국내 과학계만이 아니라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까지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을까?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와 <피디수첩> 등의 보도로 인해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사실과 경위가 속속 밝혀지면서 황 교수가 언론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실험실에서의 연구대신 ‘정치’와 ‘언론플레이’를 일삼아온 윤곽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의 ‘탁월한 언론플레이’가 국내에서 통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세계 과학계와 언론계에서 황우석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의 최고권위자’로 인정받게 된 것은 여전히 궁금한 대목이다.

국내에서처럼 정·관계 인맥관리와 적극적인 언론인 접촉, 경기도 퇴촌 농장에서의 쇠고기파티,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애국심 호소가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통용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서도 통한다”? 황 교수의 언론플레이

누리꾼 표현을 빌리자면, 황 교수는 어떻게 세계를 ‘낚을 수’ 있었을까?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발표가 전세계 주요 언론에서 주요뉴스로 다뤄진 10일 해외 일부 언론은 황 교수가 어떻게 세계 과학계를 속일 수 있었는지를 다뤘다.

<뉴욕타임스>에서 줄곧 과학 분야를 다뤄온 니컬러스 웨이드 기자는 “과학자가 인간복제 증거를 조작하다”라는 10일자 기사를 통해서, 황 교수의 수법이 어떻게 세계 과학계를 속였는지를 보도했다. 황 교수가 해외 과학계를 상대로 속일 수 있었던 것은 ‘조작된 논문’만이 아니라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 주효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적었다.

줄기세포 연구의 권위자인 어빙 와이스먼 스탠퍼드대 교수는 “황 교수가 미국에서 줄기세포 실험 과정의 단계를 설명하는 강연을 했기 때문”에 황 교수의 결과가 믿음직스럽게 보였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와이스먼 교수는 “황교수는 `젓가락 기술’ 등 구체적인 기법들을 자세히 밝히며, 어떻게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는지를 사람들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황 박사의 결과가 미덥게 보였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방법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는지 말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와이스먼 교수는 말했다.

‘젓가락기술’ 강의, <사이언스> <네이처> 잇단 게재, 섀튼과 ‘호형호제’, 연구실 공개

또 이 분야 미국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를 끌어들인 것이 황 교수의 연구를 의심하지 않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와이스먼 교수는 “사람들은 모두 섀튼이 어떻게 교신저자가 됐는지 의아해 했지만, 그가 황 교수를 ‘보증’한 것은 황 교수의 연구를 더욱 그럴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 교수가 2004년과 2005년 잇따라 세계적 과학전문지인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번갈아 기념비적 논문을 발표해 이름값을 높인 것도 황 교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심을 잠재우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꼽힌다.

영국의 저명한 줄기세포 연구자도 황 교수와의 개인적 인연 소개
연구실서 만난 황 교수 “‘연구원들은 내 가족과 같아…이용 안한다’” 설명

황 교수가 해외 석학들을 상대로 펼친 ‘홍보 전략’에는 적극적인 ‘실험실 현장 공개’도 들어 있었다.

런던대 킹스칼리지 산하 줄기세포생물학연구소장인 스티븐 밍거 박사는 10일 BBC 인터넷판에 같은 줄기세포 연구자로서 황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한 일을 언급하는 기고를 했다.

2005년 황 교수 연구실을 방문했던 밍거 소장은 “처음 <사이언스> 논문이 발표됐을 때 데이터를 주의깊게 살펴본 후 황 박사팀이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확신했다”며 논문 조작과 관련해 이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줄기세포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면, 최소한 당분간 남의 눈에 걸리지 않은 채 연구 성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황 박사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네이처> 보도를 통해 문제가 된 실험용 난자의 출처를 묻자 “연구원들은 가족과 같다. 난 절대로 연구원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황 교수의 발언을 언급했다. 밍거 소장은 황 교수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과학은 어느 곳보다 ‘진실’이 드러나기 용이한 영역

황 교수가 국내에서 진실한 연구 대신 조작을 통한 ‘허위 논문’을 갖고 언론을 활용해 ‘줄기세포 신화’를 만들어온 데는 황 교수 특유의 말솜씨와 친화력, 적극적인 언론 활용 등의 ‘정치력’이 발휘되었다. 황 교수의 이러한 ‘과학을 넘어선 정치력’은 국제적 과학계에서도 ‘통용’되었다. 미국 언론도 그렇게 분석했다. 그러나 과학은 어디보다 ‘진실’이 드러나기 용이한 영역이다. 일시적 속임수가 제한된 영역에서 통용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일시적으로 이른바 ‘세계를 낚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상처는 아프고도 깊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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