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 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정 본부장은 이날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80% 이상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수도권에서 코로나19 2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추세대로라면 한달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800여명에 이를 수 있다며 “서울 신규 확진자 수가 3일간 평균 30명을 넘어서면 이전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경우 1차 유행이 3~4월에 있었고 한동안 많이 줄었다가 5월 연휴로부터 촉발된 2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발생 이후 3월 말~4월 초 100명 안팎을 넘나들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인 4월 말 한 자릿수로 줄었다. 하지만 5월 초 황금연휴 이후 발생한 이태원 클럽과 종교 소모임, 물류센터 등의 집단감염으로 인해 지금은 수도권발 유행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정 본부장은 “수치화된 기준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발적인 발생이 ‘대유행’”이라며 “현재 수도권과 충청권의 (2차) 유행을 차단하지 못하고 규모가 증가하면, 더 큰 유행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이런 유행이 반복되면서 진행되고, 가을·겨울철에는 그 유행의 크기가 더 커질 수 있으므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신규 환자가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는 서울에선 방역체계 강화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오늘 이후 3일간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30명을 넘거나 (현재 53.7%인) 병상가동률이 70%에 도달하면 종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한 사람이 전파시키는 지수를 뜻하는 감염재생산지수가 확진자 2명당 1명이 감염되는 수준인 0.58이었는데 4월30일~6월11일 1.79로 급격히 증가했다”며 “이 지수가 열흘 전(11일) 수준대로였다면 한달 뒤 하루 확진자 수가 8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22일 제주도 인재개발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여성 자가격리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이날 오전 도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상황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제주에선 공황장애 등을 앓던 20대 관광객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격리됐다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도와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제주도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중이던 관광객 ㄱ(27·여)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직원이 보호복 착용 뒤 격리 장소를 확인했다가 ㄱ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오전 9시46분께 숨졌다.
한편, 대구시는 이날 “고의로 누락된 교인 명단을 당국에 제공하는 등 방역활동을 방해하고 시민들 피해를 키웠다”며 신천지예수교회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상대로 10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도 또한 증상이 있는데도 다량의 해열제를 복용하면서 제주 여행을 강행한 경기 안산시 거주 확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송경화 허호준 최예린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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