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생제 처방 27.7% 부적절…“감기약 아닌데도 남용”

항생제 사용량 OECD 평균 1.6배
“항생제 내성 예방수칙 준수” 당부

<한겨레> 자료

한국의 인체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평균보다 1.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생제가 필요 없는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한 비율이 지난해 38.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보건 당국이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에 대해 모든 국민이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질병관리청이 16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국민 1천명 중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 수)은 2018년 기준 29.8로 오이시디 25개국 평균(18.6)보다 1.6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스웨덴은 12.4, 노르웨이는 16.7, 체코는 17.5 등에 그쳤다.

질병청이 2018년 내놓은 ‘항생제 사용실태 분석 및 처방 적정성 평가 체계 개발’ 자료를 봐도, 한국의 부적절한 항생제 처방은 27.7%에 달했다. 특히 항생제가 필요 없는 감기 환자(급성상기도감염)에서 항생제 처방 비율이 2016년 42.9%, 2017년 39.68%, 2018년 38.42%, 2019년 38.3% 등으로 매년 40%에 육박하는 수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에서는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40.2%로 여전히 많았다. ‘감기로 진료받을 때 항생제 처방을 요구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13.8%나 됐다.

질병청은 “항생제는 세균성 질환을 치료해주는 아주 중요한 존재이지만, 오·남용으로 인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 박테리아가 생기기도 한다”며 “2050년이 되면 기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슈퍼 박테리아 때문에 전 세계에서 1년 기준 1천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항생제 내성을 예방하기 위해 △의사가 처방한 경우에만 항생제 사용하기 △의사에게 항생제 처방 요구하지 않기 △처방받은 항생제는 용법과 기간 지켜 복용하기 △남겨둔 항생제를 증상이 비슷하다고 임의로 먹지 않기 △항생제 다른 사람과 나눠 먹지 않기 △개인위생 청결히 하고 예방접종으로 세균 질환 예방하기 등의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과 내성 예방을 위해 의료인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동참해 항생제 내성 예방 수칙을 준수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