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길게 늘어선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진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천막 4개를 설치해 마련한 임시 선별검사소에 수십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시민들은 강추위를 막기 위해 두꺼운 패딩을 입고 모자까지 눌러썼다. 아이를 데려온 부모, 캐리어를 끌고 온 학생, 인근의 직장인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은 약 15~30분씩 대기한 뒤 전화번호·성별·나이·증상 등 ‘코로나19 검사 설문지’를 작성했다. 익명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름은 적지 않아도 된다.
이날 처음으로 선보인 임시 선별검사소는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추가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됐다. 최근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이 발생하는 수도권에 150곳이 마련된다. 서울시는 이날 16곳을 연 데 이어 순차적으로 선별검사소 40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환승 지하철역, 공간이 넓은 공원, 거리두기 강화로 운영이 중단된 공공시설 주차장 등이 주요 장소다. 평일·주말 구분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것이 기본인데,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이뤄지는 검사는 세가지다. 주로 사용되는 건 콧속에 장비를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기존의 ‘비인두 도말 유전자증폭(PCR) 검사’다. 이 검사는 가장 정확도가 높아 국내 진단검사에 주로 쓰여온 표준검사법이다. 결과는 보통 24시간 이내, 늦어도 48시간 안에 나온다. 콧속에 장비를 넣기 어렵다면 입안에 고여 있는 침을 받아서 하는 ‘타액 피시아르 검사’도 가능하다. 다만 정확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어 위음성(양성인데 음성으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다 취합검사가 안 되고 일일이 개별검사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검사는 결과를 30분 안에 판단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검사를 받는 시민을 만나긴 어려웠다. 타액 검사보다도 정확도가 떨어지고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다시 비인두 도말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 방식인 탓이다. 명수영 중구보건소 선별총괄팀장은 “오후 2시30분 기준 검사 수가 350건을 넘어섰다”며 “비인두 도말 피시아르 검사가 95% 이상, 타액 피시아르 검사는 3% 미만, 신속항원검사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까지 서울역에서만 732건의 검사가 이뤄졌다.
자녀와 함께 선별검사소를 방문한 한 시민은 신속항원검사를 요청했다가, “응급상황에서만 시행하는 게 원칙”이라는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 중에는 세가지 검사 방법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아예 듣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명 팀장은 “신속항원검사는 키트에 시약을 떨어트려 약 30분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검사 지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증상이 없어도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반겼다. 서울역 부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ㄱ(32)씨는 “그동안 증상이 없는데 따로 병원에 가서 검사하기엔 비용이 부담됐다. 이번 무료 검사로 내가 무증상 환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덜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강영수(58·전업주부)씨는 “코로나19 증상은 전혀 없지만 확진자가 하루에 1000명씩 나오니까 불안해서 검사를 받으러 오게 됐다”고 말했다. 단체로 검사를 받으러 오기도 했다. 동료와 함께 선별검사소를 찾은 최아무개(25)씨는 “20분 정도 대기했지만 검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만족스러웠다”며 “회사에서 검사를 장려해서 전체 직원이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도권 150곳에 순차적으로 설치하는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무료 검사를 시행하는 14일 낮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를 확대한 것은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는데 병원을 가기 애매한 분들, 검사를 받으라고 했는데 선별진료소가 너무 멀거나 복잡한 절차를 밟기 싫어하는 분들이 더 검사를 많이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증상자를 중심으로 이용해달라는 취지다.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은 뒤 자가격리 필요성에 대해, 정 본부장은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가급적이면 자가격리를 권고하지만, 강제적 조치를 강화하면 검사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어 운영을 해가면서 더 검토하겠다”며 “다만 신속항원검사를 했는데 양성이면 자가격리를 권고한다”고 했다.
이주빈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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