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오전 비대면 원격 수업으로 개학한 서울 서초구 언남초등학교 1학년 9반 교실에 방역 물품이 비치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에서 만 12살 이하 어린이는 코로나19 감염 발생률이 낮고, 감염되는 경로도 학교보다 가족을 통한 전파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3월 개학을 앞두고 만 18살 이하 학령기 연령 아동의 코로나19 감염위험 요인과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월20일부터 지난달 1월24일까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7만5084명을 조사한 결과다. 전체 확진자 가운에 만 18살 이하 확진자는 6718명(8.9%)이었다.
연령별 감염경로를 보면, 만 12살 이하 어린이는 부모 등을 통한 ‘가족 내 전파'로 인한 감염이 ‘학교 관련 전파'보다 높았으며, 나이가 많아질수록 가족 외 감염원으로부터 전파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만 6살 이하와 만 7~12살 이하 어린이는 가족·지인 접촉을 통한 감염 비중이 각각 36.2%, 37.9%로 가장 높았다. 반면 만 13~15살과 만 16~18살은 집단발생으로 인한 감염 비중이 각각 32.2%, 29.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교나 학원, 교습시설 등에서 감염 비중은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함께 증가했다.(만 7~12살 5.8%→만 13~15살 10%→만 16~18살 10.8%)
전반적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낮게 나타났다.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만 6살 이하는 65명, 만 7~12살 이하는 75명으로 전체 연령 평균(145명)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감염 위험이 낮은 이유에 대해 “어린이는 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달라붙는 세포 상 수용체의 분포가 어른과 다르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낮은 게 아닌가 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의학적 중간 검토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대본의 분석 결과에 따라 올해는 정부의 등교 수업 중지 결정이 예년 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상원 단장은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어린이 등교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한국의 어린이 감염병 관리정책 또는 학교정책에도 반영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등교 수업을 중단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이날 오전 중앙사고수습본부 주최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토론회’에서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반부터 ‘학교는 닫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해왔다”며 “학교를 닫으면 방역이라는 측면에서 효과가 적은 반면,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고 지적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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