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환경보호국은 듀폰사를 포함한 종합화학회사에게 2015년까지 ‘테플론’의 소재 물질 제조 금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프라이팬에 음식이 눌어붙지 않게 할 목적으로 썼던 테플론이라는 물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테플론은 1938년 미국 듀폰사에서 개발한 합성수지의 일종이다.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어, 열과 화학물질에 잘 견딘다. 또 다른 물질이 잘 들러붙지 않으며 마찰력이 작은 등의 장점이 많다. 이 때문에 기계, 자동차, 반도체, 우주항공 산업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널리 이용된다. 일상생활에서는 프라이팬을 비롯해 전자레인지용 팝콘·감자튀김·사탕 등의 포장지 코팅 재료로 쓰인다.
논란이 된 물질은 테플론을 만드는 과정에서 쓰이는 PFOA(perfluorooctanoic acid)라는 성분이다. 많은 양의 PFOA가 사람 몸에 쌓이면 간암과 태아 기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은 PFOA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국인 대부분의 혈액 속에 4~5ppb 정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욱 심각하다. 수 년 전 대구 근처 지역주민 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은 평균 35.5ppb, 여성은 88.1ppb가 검출됐다.
그러나 최근 나온 소식들을 보면 실제 위험은 프라이팬이 아니라 각종 포장지에 있다고 한다. 프라이팬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400℃의 고열로 처리하기 때문에 200℃만 되어도 날아가 버리는 PFOA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각종 포장지 안쪽 면에 코팅돼 있는 테플론에는 PFOA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듀폰사가 1987년 연구를 통해 테플론을 사용한 포장지에 인체 위해성이 있음을 알았는데도 20년 넘게 이를 은폐해 왔다는 사실이 전직 연구원에 의해 밝혀졌다.
앞으로 테플론의 유해성이 좀 더 명확히 규명되겠지만, 예방 차원에서 소비자들은 PFOA가 들어있는 포장지에 담긴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가 PFOA 대량 수입국이라는 사실이 왠지 꺼림칙하다. 정부는 하루 속히 PFOA 사용실태를 파악해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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