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진행할 관계자가 검사 대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혈소판 감소성 희귀 혈전증’ 사례가 처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뒤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처음으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확정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례는 감염취약 시설에 종사하는 30대 초반 남성으로, 4월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5월9일 심한 두통으로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됐으며 사흘 뒤인 5월12일에는 경련이 일어나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담당 의료진은 뇌정맥혈전증과 뇌출혈, 뇌전증 발생을 진단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희귀 혈전증 환자는) 현재도 입원치료 중”이라며 “상태는 호전되었고, 경과 관찰은 필요하지만 특별하게 증상이 악화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은 5월27일 이 사례를 이상반응으로 신고했다. 혈액응고장애자문단은 사흘 뒤인 30일 회의를 열어 임상적으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례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판단했고, 이후 검사를 통해 31일 부작용 발생을 확정했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희귀 부위인 뇌정맥동에 혈전이 생겼고, 또 혈소판 숫자가 1마이크로리터당 15만개 이하로 감소하는 임상적 기준에 맞았다”며 “피해보상 절차를 거쳐 신속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뇌정맥동이나 내장정맥 등 흔히 발생하지 않는 부위에 혈전이 발생하는 동시에 혈소판이 감소하는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접종 뒤 발생할 수 있는 드문 부작용으로 꼽힌다. 유럽의약품청(EMA)은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이 아스트레제네카 백신 접종 뒤 10만명당 한 명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 건수가 현재까지 327만건인데, 처음 이런 부작용 사례가 나타났다.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20대 남성에게서 뇌정맥 혈전이 확인된 적이 있지만, 이땐 혈소판 감소 증상이 함께 나타나지 않았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혈소판 감소 혈전증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회복 가능한 질환”이라며 “예방접종 후 4~28일 사이 심한 두통과 심한 복부통증이 지속하는 등 혈전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엔 즉시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한편, 추진단은 이상반응 전문상담을 위해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 내에 간호사 등 의료인으로 꾸려진 전문상담팀을 지난 26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상담팀은 중증이상반응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이상반응 신고, 인과성 평가, 보상심사 절차 등에 대해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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