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남편 김창일(83)씨가 부인 구아무개(77)씨와 대면 면회를 하며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두 손을 꼭 잡은 노부부들은 울고 웃었다. 1일 오전 9시께 경기도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 휠체어를 타고 병원 3층 대면 면회실에 나타난 구아무개(77)씨는 남편 김창일(83)씨를 보자 울음부터 터뜨렸다. 남편은 연신 “괜찮아, 괜찮아”를 말하며 아내를 달랬지만, 목이 멘 아내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몸을 어루만질 수 있는 대면접촉 면회를 했다. 손 소독제를 바르고 손을 맞잡은 부부는 서로와 가족의 안부를 묻고 답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같은 날 안산시 단원구의 경희재활요양병원에서 마주한 노부부도 만나자마자 서로의 손을 꼭 쥐었다. 병원 입원환자인 이아무개(87)씨는 아내 김아무개(88)씨의 얼굴을 보자마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니까 좋다”고 흐느꼈다. 김씨도 “영감 보고 싶어서 죽겠다. 추석에 보고 얼굴은 처음 본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김씨는 “요새는 전화가 있으니까 전화하면 된다”면서도 “손이 왜 이렇게 차냐”며 남편의 건강을 걱정했다. 두 사람은 이날 못다 한 이야기를 2일이나 3일에 마저 나누기로 하고, 30분이 채 안 되는 면회를 마무리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요양병원 입원환자와 가족들이 이날부터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날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자를 대상으로 대면접촉 면회가 시작됐다. 방역당국이 입원환자와 면회객 가운데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2차 예방접종까지 완료하고 2주가 지나면 대면접촉 면회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75% 미만인 병원이나 시설의 경우에는 면회자에게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해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대면 면회가 허용된 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브레인재활요양병원에서 입원환자와 딸이 면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경희재활요양병원에서 아내 이아무개씨와 입소자인 남편 김아무개씨가 대면 접촉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된 뒤인 지난해 3월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면회를 금지했다. 이후 7월부터 비접촉 면회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11월 발생한 3차 유행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자 면회가 금지됐다. 지난 3월에는 임종 시기거나 의식불명일 경우, 중증환자, 주치의가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 경우에만 일부 접촉 면회를 허용했다. 김기주 선한빛요양병원장은 “오랫동안 대면접촉 면회가 진행되지 않아 환자분들이 많이 우울해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늘었다”며 “대면접촉 면회가 가능해졌으니 환자분들의 우울증 등 정신 건강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대면접촉 면회는 늘어날 전망이다. 부천 가은병원장인 기평석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지난 3월 요양병원 65살 이상 입원환자와 종사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잠시 보류됐다가 다시 진행됐는데, 이들이 2차 접종을 마무리하고 2주 뒤인 이달 말께부터는 면회가 지금보다 더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해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대면 면회가 허용된 1일 전국의 요양병원에서 1년 넘게 대면 접촉을 못 했던 가족들은 오랜만에 만나 손을 잡으며 사랑하는 가족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경남 김해보훈요양병원에서 딸 최선희씨가 입소자인 아버지 최봉석씨를 만나 손을 잡고 있다. 광주광역시 동행재활요양병원에서 입원환자인 아버지와 병간호하던 어머니를 아들이 1년 3개월 만에 직접 만나 손을 잡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경희재활요양병원에서 입소해있는 남편을 만난 아내가 하염없이 손을 잡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남편 김창일씨가 부인 구아무개씨를 만나 손을 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이날부터 백신 접종자들에게는 다른 방역 조처들도 완화됐다. 백신 접종자는 직계 가족 모임 제한 인원 기준(8명)에서 제외된다. 또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았다면 복지관이나 경로당 등 노인복지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미술, 컴퓨터 등 마스크를 쓰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예방접종 완료자로만 구성된 소모임은 노래 교실이나 관악기 강습, 음식 섭취가 가능해진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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