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30대 초반 남성에게 ‘희귀 혈전증’이 처음으로 발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부작용의 국내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조기진단과 치료법이 공유된 이후 치사율이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생한 국내 사례는 아시아에서도 처음 보고된 것이다.
나상훈 서울대 의대 교수(순환기내과)는 2일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관련 전문가 설명회’에서 “(국내에선 혈소판 감소 동반 혈전증이) 100만명당 0.48명에게서 발생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평균보다는 5분의 1에서 20분의 1 정도”라며 “실제 발생률로 이득과 위험도를 다시 계산해도 30살 이상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높다”고 말했다. 이 설명회는 질병관리청이 비정기적으로 국내 전문가들을 초청해 일반인들의 백신 관련 궁금증을 풀어주는 행사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4월27일, 감염취약 시설에 종사하는 30대 남성에게 희귀 혈전증이 발생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 등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만들어진 백신 접종 뒤 나타날 수 있는 매우 드문 부작용이다. 나 교수는 이 사례가 국내 첫 사례일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발생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 이후 두 달여 간 (희귀 혈전증을)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과 적절한 치료방법이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공유됐다”며 “유럽보다 굉장히 낮은 발생률이지만, 발생 환자도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제 견해”라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지난 4월7일과 22일 각각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 대해 희귀 혈전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며, 각국 정부도 이를 전후해 접종 정책을 재정비하고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한 후속 조처들을 내놨다. 나 교수는 4월22일부터 5월7일까지 미국 내 얀센 접종 뒤 희귀 혈전 발생 사례가 13건이었지만, 이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희귀 혈전증에 대한 대응책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던 그 이전에 발생한 15건의 사례 가운데 3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20%에 이르렀던 것과 대조적인 수치다.
나 교수는 “모든 코로나19 백신은 저마다 아주 드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빈도는 우리가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는 약제보다 낮다. 어떤 백신이든 맞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밖에도 다른 전문가들은 급성심장사·폐렴·패혈증 등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연관이 없다고 분석했다. 송준영 고려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조사반의 사망 사례 조사를 보면, 심혈관 질환이나 패혈증, 폐렴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흔하다”며 “이는 미생물로 인한 감염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정성필 연세대 의대 교수(응급의학과)는 “백신 접종 이전에도 급성 심장정지 환자는 인구 10만명당 38.9명이 발생했다”며 “백신 접종과 심장성 급사와의 연관 관계가 아직까지는 밝혀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