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낮 한 배달기사가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노동자)에게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주에게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부과됐으나, 산안법의 특고노동자 정의규정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의 ‘전속성 요건’을 포함한 특고 노동자 정의 규정과 동일해 법 적용에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산재보험법의 전속성 요건 폐지를 추진하는 만큼 일하는 사람의 위험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산안법에서도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1월 정부 발의로 전부개정된 산안법은 특고 노동자에게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주에게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부과한다. 특고 노동자의 정의는 산재보험법의 정의 규정과 유사하다.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노동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직종에 종사”해야 한다. 문제는 산재보험법과 같이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요건’이다.
산안법에 규정된 안전보건기준의 세부내용을 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특고 노동자가 최초 노무를 제공할 때 사업주가 안전·보건 교육을 시키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된지 2년이 넘은 산안법에는 특고 전속성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고시 등 하위규정이 없다. 만약 산재보험법의 전속성 요건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배달기사(퀵서비스)의 경우 한 업체에 종사한 시간이 한달 97시간 이상이거나, 그 업체를 통해 얻은 소득이 116만4천원을 넘겨야 전속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최초로 노무를 제공할 시점에는 97시간 또는 116만4천원이라는 전속성 요건을 충족할 수가 없다. 결국 산안법의 특고 노동자 정의에 ‘전속성 요건’이 포함돼 있는 한 ‘최초 노무제공 때 안전보건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이는 종사상 지위를 따지지 않고 일터에서의 위험을 예방한다는 산안법의 개정 취지와는 다르게 산재보험법에서 특고 노동자의 정의를 차용하면서 발생한 ‘입법 실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정부와 여당이 특고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적용 확대를 위해 산재보험법에서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겠다는 태도여서, 산안법에서도 함께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산재보험법의 전속성 요건은 보험료를 누구에게 부담시킬지 판단하기 위해 필요했지만, ‘위험의 예방’에 입법 목적이 있는 산안법은 고용관계라는 틀이 필요가 없으므로 전속성 요건도 필요가 없다”며 “산안법의 입법목적에 맞는 특고 노동자의 정의가 필요함에도 산재보험법에서 차용해 문제가 발생한 것인 만큼, 산안법의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용동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겠지만, 당장 폐지하면 특고 종사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 수준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며 “어떤 사업주에게 어떤 안전·보건 의무를 부과해야 할 지도 고려해야 해서 전속성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H6s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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