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노조 대표단,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표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그룹의 무노조 규탄과 노사협의회 교섭중단을 규탄하며 삼성그룹 노동조합 공동임금 단체교섭 투쟁 승리대회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삼성전자 노동조합들과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임금 교섭 자리에서 마주 앉는다.
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오는 18일 낮 1시에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대화를 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2021년 임금 교섭을 위한 만남으로, 경계현 대표이사와 반도체(DS) 부문 인사 임원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노조와 교섭 자리에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와 노조의 단체협약 체결식에 김현석 대표이사가 참석한 적이 있지만 노조와 교섭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양쪽의 임금 교섭은 지난달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다가 지난달 16일 조정 결렬로 삼성전자 노동조합들이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삼성전자는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면서도 노사협의회와 별도로 임금협상을 진행해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노사협의회는 노동자 복지 증진과 기업 발전 등을 협의하는 기구로, 삼성전자는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기 전까지 노사협의회를 노조 무력화 수단으로 활용했다. 공동교섭단은 지난달 23일 회사가 임금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한다며 최고 경영진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집회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기도 했다. 쟁의행위가 가능해진 공동교섭단이 최고경영자와의 대화를 여러 차례 요구하자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이에 응답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노조는 급여체계를 투명하게 하고 휴식권을 요구하는 안을 놓고 회사와 교섭할 방침이다. 성과금(성과급) 재원을 기존의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꿔 양쪽 모두 재원 규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할 것, 직급 등에 따라 차등을 두는 정률 임금 인상이 아니라 정액 인상으로 바꿀 것 등이 요구사항으로 논의된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