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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난 노동자 편” 밝혔던…윤 대통령의 선택적 청구서 수령

등록 2022-07-15 19:00수정 2022-07-16 02:39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지난달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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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시민들은 재벌기업과 유착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부에 분노해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뒤이어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이때부터 ‘촛불청구서’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촛불항쟁’을 주도한 세력들이 문재인 정부에 어떤 ‘요구’만 하더라도 ‘촛불청구서를 내민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가장 많이 소환된 세력은 민주노총이었다. 민주노총은 언제나처럼 노동시간을 단축하라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라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라고 요구했지만, 집회라도 한번 할라치면 보수언론은 “촛불청구서를 내민다”며 비난하기에 바빴다. 한 언론은 대선이 끝난 지난 4월까지도 민주노총의 집회를 ‘정권 막판 촛불 청구서’라고 비판했다.

촛불청구서가 실존했는지도 확실치 않지만, 민주노총이 실제로 촛불청구서를 내밀었다 한들 ‘촛불정부’로부터 돌려받은 것이 무엇인지 따져보면 갸우뚱해진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7.2%)은 박근혜 정부 시절 평균 인상률(7.4%)과 별 차이가 없다. 그마저도 상여금·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면서 실질 인상효과는 감소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해 800만명을 넘겨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동시간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아직도 4위(2020년 기준)다.

5년이 지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에 대한 청구서는 문재인 정부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활발한 듯하다. 주로 기업들이 내민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단체들은 ‘건의서’라는 이름으로 새 정부에 숱한 요구를 했고, 이는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 규제들을 빼내겠다”며 기업들의 요구에 적극 화답해 규제 완화에 나섰다. 퇴직 공무원 출신으로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4년4개월 동안 20억원의 자문료를 받았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신발 속 돌을 빼낼 목적으로 연봉 2352만원에 퇴직 공무원과 박사급 민간 전문가를 규제혁신추진단에 채용하기도 했다.

기업인들의 ‘신발 속 돌’에는 노동자들의 권리도 포함된다. 기업의 경영책임자에게 종사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률로 정부의 공식 문서에 등장했고, 일터에서의 ‘글로벌 스탠더드’인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도 ‘경제형벌’로 거론된다. 기업이 원하는 때에 1주 52시간 이상 일을 시킬 수 있도록 연장근로를 유연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기업들의 청구서 그대로 정부가 정책을 찍어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지난해 12월14일 관훈토론회) “나는 사용자 편이 아니다. 정치인은 보수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노동자 편”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의 청구서를 받아야 정상일 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저녁시간이 비어 있으니 언제든 연락 달라”며 청구서 접수 준비에 나서면서도, ‘자기편’이라는 노동자가 1㎥ 감옥에 스스로 몸을 가두고, 불법을 넘나드는 투쟁을 감행하며 목소리를 내는데도 ‘불법행위 엄정 대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선택적 청구서 수령에 ‘배신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정치인은 노동자 편”이라고 한 이유를 이미 솔직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그쪽에 표가 더 많아서”였다. 선거는 아직 멀었다.

박태우 사회정책부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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