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 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제공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이 4급 이상 퇴직공무원·박사급 연구경력자를 월급 196만원에 ‘상근’으로 채용하려던 계획이 지원자 미달로 차질을 빚자, 장·차관 출신 ‘비상근’ 자문위원도 추가 위촉해 규제완화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 규제들을 빼내겠다”며 규제 완화를 추진 중으로, 지난달 14일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며 실무 추진을 위한 규제혁신추진단(단장 한덕수 국무총리)을 꾸렸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4일 국조실이 발표한 ‘규제혁신단원 추가 채용공고’ 1차 서류전형 합격자는 63명에 그쳤다. 추가 채용공고를 통해 1년 계약직 규제전문가 70명을 뽑을 계획이었므로 최종전형 경쟁률이 1:1도 안되는 셈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규제전문가 160여명을 뽑는 1차 채용공고를 냈으나 서류전형 합격자가 85명밖에 되지 않는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조실은 하루 근무를 8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이고 재택근무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동 조건만 바꿔 추가 채용공고를 냈다. 그러나 최초·추가 채용공고 서류전형 합격자는 148명으로, 이들이 모두 최종 합격한다 해도 채용계획 인원인 160여명을 채우지 못한다.
이러한 미달 사태는 △4급 이상 직급에서 15년 이상 근무 퇴직공무원 △규제정책 관련 박사학위 취득 뒤 7년 이상 연구경력자 등을 응시 자격으로 제시하고, 하루 8시간 상근 원칙임에도 월 급여 196만원(세전, 수당별도)에 불과한 처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7일 언론간담회에서 “봉사를 해주십사 하는거라 처음부터 경쟁률이 대단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임금을) 더 드린다고 하면 재정도 시범을 보여야 되는데, (할 만한 분들이) 대개 다들 잡(직업)이 있는데, 이제 와서 250(만원)을 드리면 풀타임 (근무)이 돼 여러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예산 운용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규제혁신추진단 씀씀이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결국 국조실은 규제혁신추진단에 비상근 자문위원을 추가 위촉해 규제혁신 업무를 맡기는 방향으로 계획을 튼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퇴직공무원·국책연구기관·경제단체 인사들을 규제전문가로 채용해 부처 한 곳이 추진하기 어려운 ‘덩어리 규제’를 검토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추가 위촉되는 비상근 자문위원도 규제전문가들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단체나 협회에서 직을 맡고 있는 인사가 자문위원으로 위촉될 경우 재계 입장만을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조실 관계자는 15일 <한겨레>에 “현재 직장이 있거나, 규제혁신추진단 근무조건 때문에 함께 일하기 어려운 분들이 계셔서, 장·차관이나 1급 고위공무원을 맡았던 분들을 중심으로 자문위원에 위촉할 방침”이라며 “기업 투자와 시장 활력 등을 강조하는 분들이니 경제단체나 관련 협회·단체에 계셨던 분들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가 재계 입장만을 대변하는 정책과 함께 (기업 쪽과) 소통만 이어온 상황에서 규제혁신추진단 역시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채 결국 재계의 또다른 민원창구가 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조실 관계자는 “필요하면 자문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자문위원 위촉과 정책결정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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